김종인과 ‘국보위·경제민주화’
  • 한동윤
김종인과 ‘국보위·경제민주화’
  • 한동윤
  • 승인 20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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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의원 경력이 4선(選)이다. 전두환 정권 때인 11대와 12대 국회에서 민정당 전국구로, 노태우 정권 때인 14대에는 민자당 전국구로 국회에 들어왔다. 17대에는 야당인 새천년민주당으로 변신해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았다. 국회의원을 하지 않을 때는 청와대 경제수석, 보사부장관을 지냈다. 현란한 변신술이다. 그 사이 동화은행으로부터 2억여원을 받아 구속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제1야당인 더민주의 모든 권한을 쥔 비대위원장이다. 선거대책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으니 4월 총선 후 20대 국회에도 전국구로 입성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비례대표로만 국회의원을 다섯 번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것이다. 그가 ‘전두환 소장’의 국가보위입법회의 위원까지 지냈으니 사실상 6선 의원이나 마찬가지다.
 김 위원장의 그 국보위 경력이 문제다. 그가 더민주의 비대위원장을 맡자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은 ‘광주 정신’을 계승한다는 더민주가 광주학살 책임이 있는 전두환 국보위에서 활동한 김종인을 간판으로 내세운 건 광주에 대한 모독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부가가치세를 아는 사람으로서 (국보위가 부가세를) 폐지하는 걸 방지해야겠다는 생각에서 들어갔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제로 차출됐다”는 해명이다. 그러나 ‘5.18정신실천연합’ 회원들은 김 위원장의 5·18 참배에 “국보위 참여로 전두환에게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나서 참배하라”고 강력 비난했다. 결국 그는 묘비 앞에 무릎꿇고 “(국보위) 참여에 대해 광주 상황을 보니 어느 정도 제가 사죄의 말씀 드려야 하겠다는 그런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고 주장했다. 과연 김 위원장이 국보위에 ‘차출’됐을까? 국보위 설립 당시 안기부 기조실장을 지낸 김용갑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사실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적극 참여한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사실은 김 위원장과 함께 국보위에 참여한 고 이춘구 신한국당 대표로부터 들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내가 야당 비대위원장으로 온 것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닌가 싶다”고 응수했다.

 김 위원장의 ‘국보위 자진 참여’를 증언하는 발언이 속출한다. 당시 경제기획원 예산과장으로 국보위 차출에 반대했던 강봉균 전 의원은 “그 때 부가세는 폐지논의 자체가 없었다”며 “김 위원장이 둘러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전 의원은 “서강대 교수였던 김 위원장은 공무원도 아니고 국립대 교수도 아니어서 국보위가 쓸 이유가 없었다”고 김 위원장 주장을 일축했다. 김 위원장의 국보위 경력과 관련한 또다른 논란거리는 그가 국보위 활동으로 받은 ‘훈장’이다. 김 위원장의 5·18 묘소 참배 때 5·18 회원들이 “전두환에게서 받은 훈장을 반납하고 참배하라”고 고함친 바로 그 보국훈장이다.
 김 위원장의 ‘훈장’ 때문에 더민주까지 입장이 난처해졌다. 더민주의 전신인 민주통합당 시절 송영길 의원은 이명박 정부의 한승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한 후보자의 국보위 경력과 보국훈장을 물고 늘어졌다. 이 때문에 한 후보자는 훈장을 반납하고서야 총리 인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 후신인 더민주가 김종인 위원장의 국보위 훈장에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김 위원장도 훈장 반납 여부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없다. 김 위원장과 관련한 또다른 논란은 과연 그가 ‘경제민주화의 화신’인가라는 의문이다. 김 위원장이 경제민주화의 상징처럼 부각된 것은 1987년 개정된 현행 헌법에 ‘경제민주화’ 조항을 그가 강력 주장해 삽입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용갑 상임고문은 “김 위원장이 마치 혼자 경제민주화를 이룬 것처럼 얘기하지만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또 당시 평민당 대표로 헌법개정 협상을 주도한 김봉호 전 국회부의장은 “경제민주화는 평민당 김대중 당수가 주장해 포함시킨 것”이라며 “당시 여당 협상자인 김종인은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김종인 위원장 때문에 꼬인 더민주의 스텝이다. 김 위원장의 ‘국보위 훈장’도 문제지만 김 위원장이 3년 전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을 때 문재인 전 대표는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민주화는 연목구어(緣木求魚)이고 사이비 경제민주화, 짝퉁 경제민주화”라고 비판했다. 그랬던 김종인 위원장이 3년만에 더민주와 문재인 전 대표의 ‘구원투수’가 됐다. 어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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