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더민주行 옳은가 그른가?
  • 한동윤
조응천 더민주行 옳은가 그른가?
  • 한동윤
  • 승인 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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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씨가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것과 관련해 소란스럽다. 새누리당은 “막장 패륜”이라고 조씨를 입당시킨 문재인 전 대표와 조씨를 맹렬히 비난했고, 청와대도 “불순한 행동”이라고 못마땅한 반응을 보였다.
 반면  조씨를 입당시킨 더민주는 의기양양이다. 조씨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박근혜 정부 공직자의 신상을 관리, 검증해왔다는 점에서 민감한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고 기대하는 눈치다. 특히 4월 총선에서 조씨가 박 대통령을 대리해 출마한 ‘친박’ 후보들의 약점을 폭로하면 큰 성과를 거둘 수도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현 정권의 심장부에서 일하다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유출한 혐의로 수사까지 받은 인물을 영입한 게 옳으냐, 그르냐의 차원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청와대 참모 중 야당 행을 선택한 사람은 조 전 비서관이 처음이다.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김종인 씨가 더민주의 비대위원장으로 갔지만 새누리당에서 함께 했을 뿐이다. 조 전 비서관처럼 박 대통령의 턱 밑에서 ‘공직기강’이라는 민감한 업무를 담당했다 야당에 달려간 인물은 그 말고는 없다.
 조 전 비서관의 더민주 행과 관련해 TV 조선은 ‘제2의 권은희 아니냐’는 식의 보도를 했다. 자기가 몸담았던 경찰 조직에 찬물을 끼얹고 야당에 입당해 국회의원 금배지를 단 권 의원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더민주로서는 조씨의 활용가치가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에 유리한 지역에 공천을 주고 금배지를 달아주기 위해 전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TV 조선이 조 전 비서관을 ‘제2의 권은희 아니냐’고 보도한 것처럼 과연 더민주의 조씨 영입과 조 전 비서관의 야당행이 적합했느냐는 시각은 엄연히 존재한다. 더구나 야당이 “광주의 딸”이라며 치켜세우고 금배지를 달아준 권 의원이, 지금 자기 가슴에 금배지를 달게해준 바로 그 ‘폭로’ 때문에 ‘모해위증’ 혐의로 검찰에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권 의원은 2013년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 재판에 출석해 “김 전 청장이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보류하게 하는 등 축소·은폐 수사를 지시했다”는 허위 증언을 했다는 혐의다. 법원은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조 전 비서관 역시 청와대 근무 중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작성한 문건을 박 대통령 동생 박지만에게 유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그가 유출한 문건에 ‘제3자의 사생활이나 탈세 등 범죄정보가 포함돼 있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물론 1심 재판부는 조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유출한 문건이 대통령기록물관리법에 위반되는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유출된 문건이 ‘원본’이 아닌 ‘복사본’이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이유다. 어쨌든 조씨가 청와대 문건을 유출한 것은 사실이다. 조씨와 함께 기소된 박관천 행정관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씨가 무죄를 선고받았다 해도 청와대 문건을 외부로 빼돌린 행위는 영원히 남는다.
 조씨는 검찰 항소로 2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조 전 비서관 등이 유출한 문건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은 원본과 같은 내용의 복사본이나 추가 출력본에 대해 얼마든지 유출이 돼도 괜찮다는 논리”라고 반박했다.
 2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예단하기 어렵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는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2심에서 유죄가 나오고 대법이 이를 확정함으로써 교도소에 수감됐다. 박지원 의원도 1심 무죄지만 2심 유죄다. 조 전 비서관이 어떤 판결을 받을지 모른다. 물론 2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조 전 비서관이 박 대통령과 친박에 대한 자객(刺客)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조응천 전 비서관의 선택에 대해 시비가 끊이지 않는다. 결국 4월 총선에서 조씨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에 의해 옳고 그름이 가려질 것이다. 조씨가 어느 지역에서 출마할지, 아니면 비례대표로 금배지를 달지 정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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