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길고 긴 설 연휴가 끝났다. 즐거웠어야 할 연휴는 첫날부터 들려온 북한 김정은의 ‘위성’(衛星)으로 위장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소식으로 어수선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다. 특히 새누리당의 ‘진박 마케팅’,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야당 찢어발기기’는 유권자들의 짜증을 유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을 앞세운 새누리당 후보들의 ‘친박 마케팅’은 조롱거리였다. 인터넷에는 ‘진박과 가박 자가진단법’이란 글까지 전파됐다. ‘친박’도 진박·용박·원박·복박·홀박·범박·멀박·짤박·옹박으로 세분화됐다.
‘진박’은 ‘진짜 친박계’라는 뜻으로 반대로 가박(假朴)은 ‘가짜 친박계’의 줄임말이다. ‘용박(用朴)’은 박 대통령을 이용하는 사람들, 원박(원래 친박), 복박(당으로 복귀한 친박), 홀박(홀대 받는 친박), 범박(범친박계), 멀박(멀어진 친박), 짤박(잘려나간 친박), 옹박은 박 대통령 옹위하는 친박이라는 의미다.
새누리당이 ‘상향식 공천’ 내홍을 겪는 것도 ‘진박 마케팅’과 무관하지 않다. 김무성 대표는 현역의원에게 유리한 ‘상향식 공천’을 통해 자기와 가까운 의원들을 많이 공천하고 싶은 반면 ‘친박’인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전략공천’과 ‘외부영입’을 통해 ‘가박’이나 ‘멀박’ ‘짤박’을 탈락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집권당인 새누리당이 설 연휴에 국민들에게 위안은 커녕 손가락질을 받고 말았다. “경제는 만년 꼴찌에 아들(아이들) 일자리도 없는데 진박 타령만 해 쌌는지….” 설 연휴 대구에서 전해진 밑바닥 민심이다.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지들끼리 쌈질만 하고 다 똑같은 놈들 아녀”라는 유권자들의 비난을 들어야 했다. 두 야당에 대해서는 민생과 경제에 “나 몰라라” 한 행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중앙일보는 “정치인들 꼬라지가 사람이 헐 짓이요? 이권 다툼이나 하고 …. 이런 것들은 반성해서 없어져야 하지 않냐 말여요”라는 김학동(56) 보령중앙시장 회장의 비난을 전했다. 한 상인도 “국회가 세금 먹는 하마여 하마!”라고 거들었다. “대통령을 국회가 도와야지. 박근혜 대통령, 불쌍해 죽겠슈”라는 말도 들렸다. 설 연휴 중 더민주 박병석 의원은 “먹고 살게나 해줘요. 애 대학 등록금 대기도 버거워요”라고 하소연을 들었다.
국민을 더 짜증스럽게 만든것은 여야의 ‘묻지마 영입’이다. 특히 더민주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과 조응천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영입은 정치를 막장 드라마로 전락시킨 코미디다. 전두환 장군의 국보위에서 경제분과위원으로 활약해 훈장까지 받았고, 여야를 넘나들며 비례대표로만 3선을 기록한, 직전에는 박근혜 대선 후보의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셔감으로써 정치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금도(襟度)를 붕괴시켰다는 비난을 자초했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4번째 금배지를 달고 국회에 나타날 날도 머잖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대통령 문건을 외부로 유출시킨 조 전 비서관이 하는 식당을 집요하게 찾아가 야당 입당을 간청한 문재인 전 대표의 행동에도 적지 않은 비판이 제기됐다. 조 전 비서관은 “문재인 대표가 질릴 정도로 찾아왔다. 와~질릴 정도였다”고 했을 정도다. 물론 그에 앞서 새누리당은 더민주의 조경태 의원을 영입해 더민주를 자극했다. 안철수 의원의 국민의당에는 지난 1월 안재경 전 경찰대학장이 영입 케이스로 입당했다. 그 직후 국정원 댓글 수사로 ‘광주의 딸’ 소리를 들은 권은희 의원이 더민주를 탈당하고 국민의당에 입당했다. 두 사람은 국정원 대선개입 축소수사 논란을 둘러싸고 적대적 입장에 섰던 불편한 관계다. 안 전 경찰대학장은 권은희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이 김용판 서울지방경찰청장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 축소 의혹을 제기했을 때 경찰청 차장이었고, 권 과장의 주장을 허위라고 앞장서 반박했다. 적대적 관계에 있었던 권 의원과 안 전 차장의 공통점은 출생지가 호남이라는 지연뿐이다. 설 연휴 민심이 4월 총선에 어떻게 표출 될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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