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학생들은 敵이 누군지 모른다”
  • 김호수
“남한 학생들은 敵이 누군지 모른다”
  • 김호수
  • 승인 2016.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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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도민일보 = 김호수]설 연휴를 앞두고 모처럼 찾아온 휴식에 대한 기대가 컸다. 그러나 그 기대는 지난 5일 한 조간신문을 읽고 무너졌다.

조선일보에 실린 한 탈북민의 글을 읽고서다.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에게 통일 안보 교육을 하는 탈북 강사다. 여성이다. 그는 ‘방종’과 ‘무질서’로 무너진 남한의 학교에 충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정신력이 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정신력에서 남한이 북한에 패배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폭로다.

학교를 돌아다니며 북한의 실상을 바르게 전달하는 그녀는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이다. 북한에서 대학을 세 군데 다녔고, 노동당 관련 주요 사업도 했다. 2014년 봄 고등학생 딸과 탈북해 광주광역시에 정착한 뒤, 북한에 남은 남편을 데려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고, 지난 1월 드디어 남편을 입국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에 거주하고 있으니 그녀가 북한 실상 교육을 위해 나간 학교는 광주의 고등학교였을 것이다. 그 곳 고3 교실 현장에 대한 실망을 적나라하게 토로했다. “한마디로 너무 무질서하다. 강사가 교육하는데도 마구 웃고 떠든다. 스마트폰을 거리낌 없이 쓰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것도 예사다.

수능 후 학생들의 관심이 학교 교육과는 멀어진 상태라는 것을 감안해도 정말 너무하다. 이건 자유가 아니라 방종이고 무질서일 뿐”이라고. 그러면서 남한과 전혀 다른 북한 학교의 교실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 고3 학생들도 졸업하는 날까지 철저하게 수업 받는다. 특히 한국의 안보 교육에 해당하는 사상 교육을 할 때는 벌이 날아와 쏘아도 꿈쩍하지 않을 정도로 진지하다”는 것이다. 소름이 돋는다.

 탈북민 강사는 교육현장을 이 지경으로 만든 교사들에게도 실망과 함께 쓴소리를 던졌다. “선생님들에 대해서도 실망스럽다. 학생들이 떠들면 제지해야 하는데도 손 놓고 있다. 게다가 일부 선생님은 “북한의 나쁜 점은 강조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내가 “나쁜 것은 나쁘다고 해야지, 좋다고 할 수는 없으니 사실대로 이야기하겠다”고 해도 “아무튼 나쁜 점을 강조하지 말라고 거듭 다짐받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나쁜 점은 강조하지 말아달라”는 교사는 어떤 성분일까?

그녀는 충격적인 사실도 전했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난 여기 한국이 싫은데 북한으로 갈 수는 없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그를 보면서 안타까움보다는 분노가 일었다. 도대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북한을 어떻게 가르치기에 저런 질문이 나오는 것일까. 북한의 고3 학생들은 겨울이면 방과 후에 매일 들로 산으로 가서 이삭이나 땔감을 줍는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식량 배급을 줄인다.

그에 비하면 한국 학생들은 화초나 다름없다. 북한의 실상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배웠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라는 게 그녀의 결론이다. “여기 한국이 싫은데 북한으로 갈 수는 없냐”고 한 학생을 한번 북한에 보내고 싶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군 복무 기간이 남자 12년, 여자 6년이다. 그녀가 이런 사실을 전하면 학생 대부분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2년도 안 되는 군복무기간이 길다고 여기고 이런 저런 핑계로 병역을 기피할 구석만 찾는 남한 젊은이들의 기준으로는 12년, 6년은 그야말로 지옥이요 악몽이다.

그러나 그에 대한 반응은 “일부 학생은 야유를 보낸다. 거짓말 말라는 것이다. 그럴 때면 나는 “한국에선 21개월 군 복무도 길다고 기피하는 사람이 있는데 큰일”이라고 말한다. 북핵에 관해서도 “통일되면 우리 것이 되는데 왜 없애려고 하느냐”는 황당한 질문을 받았다. 강사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은 북한 실상에 대해 너무 무지하고 안보 개념도 없다”고 가슴을 친다.

그녀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정신력이 전쟁에서 승패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북한은 유치원 때부터 사상 교육을 철저히 한다. 반면 우리 학생들은 적이 누구인지, 왜 북한과 싸워야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 교육 현장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일까. 탈북 강사 활동을 통해 북한 실상을 전하기에 앞서 고교 현장의 어두운 모습부터 보게 돼 안타깝다.” 탈북민 강사의 글이 나온지 이틀 뒤 북한 김정은은 북한 주민의 3년치 식량에 해당되는 장거리 미사일을 허공에 쏘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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