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국회의원선거 후보 공천에서 새누리당 체질개선을 선언했다. 소속의원 가운데 “양반집 도련님처럼 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당내의 ‘샌님’ 국회의원들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안방인 서울 강남과 영남에서 손쉽게 금배지를 달고 4년 동안 존재감 없이 어슬렁거린 새누리당 의원들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 모른다.
이 위원장의 ‘양반집 도련님’ 기준은 “중요한 이슈가 있을 때 적극 나서서 문제를 풀려 하기보다 월급쟁이 비슷하게 하다가 (국회의원 임기) 4년 내내 별로 존재감이 없던 사람들”이다. “야당과 대립할 때도 뒤에 앉아 전혀 다른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 야당 편인지 우리 편인지 모를 사람도 많다”는 것이다. ‘월급쟁이’라는 말이 신랄하다.
이 위원장의 공관위원회는 이에 따라 국회 본회의와 의원총회 출석률 자료를 받아 현역 의원 1차 심사에 활용할 계획이다. 관계자는 “본회의와 의총 출석률도 (경선 참여) 자격심사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취업청탁 등 갑(甲)질 논란을 빚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의원과 예비후보들도 경선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당에 투서가 들어온 의원이나 예비후보들에 대해 1차 스크린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자료를 취합해 부적격 기준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역구가 새로 생기는 곳이나 야당 후보에게 질 가능성이 큰 지역은 우선추천제를 활용해 사실상 ‘전략공천’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에 ‘양반집 도련님’과 ‘월급쟁이 국회의원’은 하나 둘이 아니다. 로스쿨을 졸업한 자식의 취업을 위해 압력을 넣은 의혹을 사고, 보좌관 월급을 상납받아 자기 아파트 관리비를 낸 국회의원은 아직도 금배지를 달고 있고 20대 총선에도 출마할 태세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대구와 경북 의원 간의 등 떠밀기는 더 가관이다. 박근혜 정부가 사드 배치를 공식화하고 그 장소가 평택이나 군산 아닌 대구나 경북 칠곡이 될 가능성이 점쳐졌다. 이에 대구 출신(수성을) 주호영 의원이 “인구가 많은 대구는 아니다”고 하자, 칠곡 출신의 이완영 의원은 “대구가 더 유력하다”고 대구로 떠밀었다.
더구나 현역의원들은 당협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다. 당협위원장은 새로 정리된 책임당원 명단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 반면 도전자들은 책임당원이 누구인지 알 수 없다. 당협에서 알려주지 않는다. 상향식공천에 30%를 차지하는 책임당원 명단 확보는 경선을 좌우할 절대적 조건이다.
현역의원과 경쟁하는 공천 신청자들은 유권자의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려면 ‘100%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당원 30%’라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 경선을 하면 ‘양반집 도련님’과 ‘월급쟁이 국회의원’의 들러리 역할만 하게될 뿐이라는 반발이다. 이한구 위원장이 말한 ‘양반집 도련님’과 ‘월급쟁이 국회의원’은 서울 강남과 영남 지역에 많다.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당선되기 때문에 국회의정활동에 열의도 안 보이고 여야 대치에도 꿀 먹은 벙어리다.
이한구 위원장의 공천 물갈이와 관련해 새누리당에 법조인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과 함께 “법조인을 줄이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갑’(甲) 출신인 판사, 검사, 변호사가 민생을 대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법조인들 때문에 당이 권위적으로 경직화된다는 지적이다.
19대 국회의원 가운데 판사·검사·변호사 출신은 43명(14.3%)으로 국회의원 10명 중 1명 이상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이 각 20명(46.5%)이다. 19대 총선 유권자 4020만5055명 중 법조인 출신이 2만명에도 못 미치는 것을 감안하면 ‘국회의원 법조인’은 지나치게 많다. 20대 국회에서는 새누리당의 ‘양반집 도련님’ ‘월급쟁이 국회의원’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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