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에 시비걸기 시작한 더민주의 ‘친노’
  • 한동윤
김종인에 시비걸기 시작한 더민주의 ‘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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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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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더불어민주당에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객’(客)이다. 출신도 다르고 정체성도 다르다. 더민주가 ‘친노’라면 김 대표는 그들이 혐오하는 전두환 장군의 국가보위입법회의 출신이다. 그런데도 ‘친노’인 문재인 전 대표가 삼고초려해 그를 영입했다. 영입한 정도가 아니라 그에게 당권과 공천권을 넘겼다. 막강한 ‘절대군주’다.
 김 대표는 당에 들어오자마자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북한 궤멸에 의한 남북통일”을 언급했고,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서도 ‘친노’와는 뉘앙스가 다르다. 특히 ‘친노’가 매달리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변해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다. 그는 특히 지난 17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재벌 중심의 성장 정책에 의존해 경제를 어렵게 했다”고 어퍼컷을 날렸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경제 민주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정타다.
 그러나 더민주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조선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공천받을 때까지는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천권을 쥔 김 대표와 싸워봤자 손해라는 인식이 퍼졌다는 것이다. ‘정체성’보다 ‘공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민감한 시기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김 대표에게 까불었다가 무슨 꼴을 당할지 모른다. 다들 납작 엎드렸다”고 했다. ‘막말’의 대가 정청래 의원이 입을 다문것도 같은 효과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가 ‘우클릭’함으로써 더민주를 ‘친북’ ‘종북’ 프레임으로부터 구해주는 효과도 없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종북’ 이미지를 걷어내면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까지 일부 흡수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일종의 ‘북풍(北風) 방어용’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위기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가 19일 자신의 트위터에 “북핵과 미사일, 개성공단 폐쇄까지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의 완전한 실패”라고 비난하면서 “햇볕정책 재검토 등 부화뇌동하는 것은 참으로 딱한 노릇”이라고 불만을 털어놓은 것과 궤를 같이한다. 첫 타겟은 김 대표가 영입한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이다. 그는 한·미 FTA를 주도한 자유무역론자다. 그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하자 신정훈(전남 나주·화순) 의원이 김현종씨 영입에 대해 “당 차원의 해명이 필요하다”고 시비를 걸었다.
 그러자 비례대표 출신인 장하나 의원도 트위터에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 영입에 부쳐’라는 글을 올리고 “당 지도부는 영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 여러분께서 아직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 대해, 당이 용서를 강요해선 안 된다”며 “무엇보다 (한·미 FTA 타결이) 용서할 수 있는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친노 ‘응원단장’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끼어들었다. 그는 페이스북에 “다른 것은 몰라도 햇볕정책과 개성공단 문제에 대한 당 지도부의 ‘우클릭’ 기조에 대해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영입된 ‘계몽절대군주’의 판단에 충실히 따르면 만사 오케이(OK)인가?”라고 시비를 걸었다. 지난달 더민주의 김 대표 영입에 “박근혜(대통령) 지지를 반성하고 돌아왔기에 환영했다”라고 두둔했던 그다. 뭔가 심사가 꼬인 것이다.
 아직까지 김 대표를 흔드는 움직임은 미풍(微風)에 불과하다. 김 대표를 흔들어봐야 선거에 득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선거 때까지는 김 대표 주도로 당이 굴러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시간문제로 보는 시각이 많다. 김 대표가 ‘구원투수’ 역할에 만족하지 않고 다섯 번째 전국구 의원으로 금배지를 달겠다고 한다거나, 그것도 상위 순번을 받겠다고 하면 친노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른다. 특히 총선이 끝나면 김 대표는 당에 뿌리를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다. 당장 당이 무너질 상황에서 그를 영입해 위기를 넘기고 있지만 선거가 끝나고 당이 안정을 찾으면 친노가 당권을 되찾기 위해 그를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결국 “김종인 대표는 총선 후에는 떠날 나그네”라는 얘기다. 친노는 2002년 대통령선거에서 승리하자 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일이 되풀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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