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법 개정 추진, 구체적 방향 제시해야
  • 정재모
자치법 개정 추진, 구체적 방향 제시해야
  • 정재모
  • 승인 2016.0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자치법을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4·13 총선을 앞두고 고개를 들고 있다.
 전국 시·도의회의장협의회가 지난달 25일 2016년도 제1차 임시회에서 지방자치법개정 입법화 추진을 위해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와 업무협약 체계를 구축키로 했다. 한국매니페스토 실천본부와의 업무협약 체결을 통해 총선 입후보자를 대상으로 지방자치법 개정 찬성 여부를 묻고, 이를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 요구는 그동안 줄기차게 제기돼 왔다. 정부수립 이듬해인 1949년 제정되어 그해 8월 15일부터 시행되었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 시행이 무기한 보류됐었다. 그러다가 88년 4월 전면개정을 통해 다시 시행되고 있는 중이다. 그 뒤 몇 차례 조문 첨삭 수준의 일부 개정이 이뤄졌고 현행법은 지난 2009년 4월에 마지막으로 개정되었다.
 그런데 주지하듯 이 법에 의해 지방자치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은 주민 직선에 의한 단체장 선출과 지방의회 구성뿐이다. 나머지 재무, 조례 제정권 같은 진정한 주민 자치 요소가 되는 것들은 거의 전 분야에서 ‘자치’라는 낱말이 무색할 정도로 제한돼 있다. 그야말로 무늬만 지방자치인 것이다.
 이런 처지에서 지방분권 구현과 참다운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자치법 개정이 요구된다는 인식은 백번 옳다. 그리고 비록 무늬뿐인 지방자치일망정 그것을 이끌어가는 지방의회의장들 모임이 이를 추진하는 일은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 점에서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 여부를 틀어쥐고 있는 국회를 움직이기 위한 전략으로 총선 후보들에게 이를 공약으로 내세우도록 압박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안이다. 문제는 일의 추진을 너무 추상적으로 한다는 인상을 준다는 데 있다.

 의장협의회가 지방자치법 개정 ‘입법화’를 추진한다는 말뜻은 명확하다. 4월 총선이후 구성되는 제20대 국회에서 지방자치법 개정을 한다는 내용의 법을 아예 만들어 4년 임기 내에 개정하지 않을 수 없도록 쐐기를 박자는 취지일 것이다. 이런 법을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들의 공약을 받아두는 것이 실현가능성을 높여준다는 점에서 괜찮은 아이디어다.
 그러나 국회의원 입후보자 공약에 앞서 확보해야 할 것이 있다. 국민들의 호응과 지지가 그것이다.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에 대한 국민호응이야말로 가장 큰 추진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안의 성격상 국민들의 호응을 얻어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국민들의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개정하고자 하는 내용부터 구체적으로 국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어느 조항 어떤 조문이 진정한 지방자치를 저해하고 자치에 역행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이고 설명해야 한다. 그런 뒤에 그 요구하는 개정방향을 명확히 내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막연히 ‘전면개정 불가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소명’ 운운하는 막연한 표현만으로는 자치법 개정 실현을 이뤄내기 어렵다.
 자치법 한 조문 한 조문은 대개가 다른 법령들과 맞물려 있는 문제들이어서 광범위한 법령 체계를 손보아야 하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혁명적 상황에서처럼 한꺼번에 모든 것을 바꾼다는 것은 환상일 뿐이다. 가장 절실한 것들부터 하나하나 개정해나가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나을 것이다.
 의장협의회가 지방자치법 개정을 실현시키기 위해 선거감시 시민단체 등과의 협조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추진 방법이긴 하다. 그러나 그에 앞서 자치법 중에 무엇이 참된 지방자치를 저해하는 독소조항인지부터 명료하게 들추어내고 그 개선방향을 정교하게 연구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개정은 그저 ‘개정해야 한다’는 식의 추상적인 목소리만 크게 낸다고 이루어질 일이 아니다. 더욱이 국회가 나서서 진정한 지방자치를 위한 올바른 개정방향을 ‘사심’없이 설정하고 이끌어 주리라고 믿는 것은 나무에 올라 물고기를 구하는 것만큼이나 허황된 바람임을 알아야 한다.[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