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청해진(淸海鎭)은 신라 흥덕왕 3년(828년) 장보고(張保皐)의 청에 따라 지금의 전라남도 완도군 장도에 설치하였던 진(鎭)이다. 해적을 방비하기 위한 군사거점으로 설치되었으나 이후 군사거점은 물론 해상무역의 요충으로 경제적 번영을 누렸다. 청해진을 거점으로 장보고는 군사 1만을 거느리고 해안에 출몰하던 해적을 소탕하는 한편 중국·일본 간 해상무역에도 개입해 부(富)를 쌓았다.
그 청해진이 21세기 버전으로 재탄생했다.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 미항’이 지난달 26일 제주해군기지 연병장에서 준공식을 가진 것이다. 무려 10년 만이다. 축구장 70개 정도 규모인 49만㎡(약 14만9000평) 용지에 조성된 기지는 각종 함정 20여척과 15만t급 크루즈 선박 2척이 동시에 계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 남방 해상교통로를 지키고 주변국과 해양 분쟁이 발생할 경우 해양 주권을 사수하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1993년 합동참모회의에서 결정됐고,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됐다.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지역으로 확정 발표했다. 제주해군기지가 우리 영해를 수호하고 해양수송로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할 때마다 기지 건설에 선견지명을 발휘한 김대중·노무현 정권은 그에 걸맞은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시작한 제주해군기지를 가장 반대한 세력은 바로 그 ‘후예’들이다. 처음 일부 강정마을 주민들이 반대하고 나서자 환경단체들이 달려들었고, 이어 극렬 사제들이 합세하자 김·노 정권 추종자들이 자기부정을 하고 나섰다. 노무현 정권 핵심이던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011년 “참여정부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점이 있다”고 했다. 참여정부 통일부장관과 열린우리당 의장 출신인 정동영 전 의원도 “해군기지는 우리가 정권 잡고 있을 때 한 일”이라며 “사과드린다”고 했다. 노 전 대통령이 지하에서 이 발언을 들었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지 정말 궁금하다.
국회에서는 마치 신기록 경쟁하듯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가 요란하게 벌어졌다. 더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10시간을 넘기더니 정청래 의원이 그 기록을 깼다고 기염(氣焰)이다. 모해(謀害) 혐의로 기소된 권은희 의원까지 나섰다. 좌파언론이 생중계하며 그들을 띄우고 있다. 그러나 테러방지법에도 김대중·노무현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테러방지법이 DJ·노에 의해 발의, 추진된 법이기 때문이다. 9.11 테러가 발생하자 김대중 정부는 2001년 11월 28일, “기존 대응체제로는 테러에 대처하기 어려우므로 테러 예방·방지와 대응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가의 안전을 확보하고 국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려는 것”이라며 테러방지법 제안 이유를 명기했다.
노 전 대통령도 2006년 8월 테러방지법 입법 필요성을, 그 것도 ‘국정원 주도’의 입법을 강조했다. 2005년엔 조성태 열린우리당 의원이 법안을 발의했다. DJ·노무현 정권이 제안한 테러방지법은 현재의 테러방지법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런데도 더민주당은 기네스북 기록경쟁하듯 필리버스터로 자기 과거를 부정하고 있다.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패배한 후 2013년 1월 의원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 평가’ 토론회에서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민주당의 집단적 기억력은 2주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물고기의 ‘3초’ 기억력을 대입한 통렬한 비판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기억력은 정말 ‘2주 짜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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