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다른 김종인 왜 더민주에 갔을까?
  • 한동윤
혈액형 다른 김종인 왜 더민주에 갔을까?
  • 한동윤
  • 승인 20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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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직선적’이다. 상황이 전개되면 그 즉각 반응이 나온다. 질문을 받아도 머뭇대는 일이 없다. 비위에 맞지 않으면 한순간 공격적으로 변한다. 그를 영입한 더민주당이 김 대표의 직선적 당 운영에 질질 끌려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독립운동가이자 통일·인권활동가였던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의 손자다. 가인은 일제 강점기 신간회 활동을 했고 독립 후 반민족행위 특별재판부장과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허정, 김도연, 이범석 등과 ‘국민의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조부의 성격을 닮은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김 대표가 29일자 조선일보와 ‘거침없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에 야박한 점수를 매겼다. ‘친노’가 위기를 맞자 그에게 ‘구원투수’를 맡겼지만 그는 구원투수로 역할을 끝내겠다는 의사가 없다. “내가 ‘얼굴 마담’ 노릇은 안 한다”는 공언이다. 그는 비대위를 맡은 뒤 ‘친노’ 노선을 역행하거나 거부해왔다. “(북한이) 아무리 핵을 개발해도 와해될 수밖에 없다”고 한 데 이어 전방을 방문,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라고 ‘궤멸론’까지 언급했다. ‘친노’가 주문처럼 외우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변해야 한다”고 했다. 개성공단 폐쇄에는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고 냉정하게 접근했다. 문 전 대표가 개성공단 폐쇄에 “전쟁하자는 것이냐”고 한 데 대해서도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힐책했다. 그는 더민주당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애초 반대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대표단이 그 방식을 제안했다. 결국 김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선거에서 지면 당신이 책임지겠느냐”고 닦달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다.

 문 전 대표에 대한 평가도 냉정하다. 일단 “솔직하고 성실하다는 건 인정한다”고 했다. 그러나 “그걸로는 안 된다. 안보 지혜, 글로벌 사회에 대한 인식, 경제 지식, 미래 교육에 대해 기초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초부족’을 지적한 것이다. “(문 전 대표가) 남에게서 듣고서 판단할 줄은 알아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만들어 놓은 ‘현역의원 20% 컷오프’에 의해 문희상·유인태 의원 등이 공천탈락하자 격앙했다. 그러면서 공천 전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섰다. 중앙일보 통화에서 “국가도 비상사태를 맞으면 헌법도 정지하는데, 당도 비상사태이므로 공천과 관련해 나에게 장애가 있으면 안 된다”며 공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면 당을 떠날 수 있다는 ‘배수진’을 쳤다. “응급환자를 치료하러 왔는데 환자가 의지를 표하지 않으면 의사가 가버리는 거지, 방법이 있느냐”며 “바꾸려고 하는데 말을 듣지 않으면 헤어질 수밖에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결국 공천 전권을 손에 넣었다.
 그럼에도 그 말많은 ‘친노’는 침묵이다. 자기 이름을 숨기고 등 뒤에서 웅얼거릴 뿐이다. ‘친노’ 응원단장인 서울대 조국 교수가 “‘시스템 공천’ 자체를 거부하고 당 대표나 공천관리위원회가 전권을 갖는 과거식 회귀는 반대한다”고 했을 뿐이다. 조 교수 말처럼 김 대표는 마치 ‘영입된 전제군주’의 모습이다.
 김 대표의 김대중·노무현 경제정책 비판은 그 가운데 하일라이트다.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을 맞이한 적 있어요. (당선인 되자마자 마음을 바꿔서) 그분도 똑같이 재벌 위주의 경제 성장을 했어요”라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재벌위주 정책을 비난한 것이다. ‘서민’의 대변자로 자임해온 ‘친노’로서는 ‘성역’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쯤이면 김 대표가 왜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했는지 궁금해진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된 뒤로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문재인 씨가 쳐들어와 사흘 간 졸라대서 더민주당에 합류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과 문 전 대표의 읍소(泣訴)에 흔들렸다는 고백이다. 아무리 그래도 김 대표가 더민주당에 합류한 건 이상하다. 그를 영입한 ‘친노’는 더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혈액형이 같아야 수혈을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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