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직선적’이다. 상황이 전개되면 그 즉각 반응이 나온다. 질문을 받아도 머뭇대는 일이 없다. 비위에 맞지 않으면 한순간 공격적으로 변한다. 그를 영입한 더민주당이 김 대표의 직선적 당 운영에 질질 끌려가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독립운동가이자 통일·인권활동가였던 가인(街人) 김병로(1887~1964)의 손자다. 가인은 일제 강점기 신간회 활동을 했고 독립 후 반민족행위 특별재판부장과 초대 대법원장을 지냈다. 허정, 김도연, 이범석 등과 ‘국민의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김 대표가 조부의 성격을 닮은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김 대표가 29일자 조선일보와 ‘거침없는’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을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에 야박한 점수를 매겼다. ‘친노’가 위기를 맞자 그에게 ‘구원투수’를 맡겼지만 그는 구원투수로 역할을 끝내겠다는 의사가 없다. “내가 ‘얼굴 마담’ 노릇은 안 한다”는 공언이다. 그는 비대위를 맡은 뒤 ‘친노’ 노선을 역행하거나 거부해왔다. “(북한이) 아무리 핵을 개발해도 와해될 수밖에 없다”고 한 데 이어 전방을 방문, “북한 체제가 궤멸하고 통일의 날이 올 것”이라고 ‘궤멸론’까지 언급했다. ‘친노’가 주문처럼 외우는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변해야 한다”고 했다. 개성공단 폐쇄에는 “단순한 찬반의 문제가 아니다”고 냉정하게 접근했다. 문 전 대표가 개성공단 폐쇄에 “전쟁하자는 것이냐”고 한 데 대해서도 “그렇게 극단적으로 말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힐책했다. 그는 더민주당의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에 대해서도 애초 반대론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대표단이 그 방식을 제안했다. 결국 김 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에게 “선거에서 지면 당신이 책임지겠느냐”고 닦달해 필리버스터를 중단시켰다.
그럼에도 그 말많은 ‘친노’는 침묵이다. 자기 이름을 숨기고 등 뒤에서 웅얼거릴 뿐이다. ‘친노’ 응원단장인 서울대 조국 교수가 “‘시스템 공천’ 자체를 거부하고 당 대표나 공천관리위원회가 전권을 갖는 과거식 회귀는 반대한다”고 했을 뿐이다. 조 교수 말처럼 김 대표는 마치 ‘영입된 전제군주’의 모습이다.
김 대표의 김대중·노무현 경제정책 비판은 그 가운데 하일라이트다. “서민을 대변할 수 있는 대통령을 맞이한 적 있어요. (당선인 되자마자 마음을 바꿔서) 그분도 똑같이 재벌 위주의 경제 성장을 했어요”라고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재벌위주 정책을 비난한 것이다. ‘서민’의 대변자로 자임해온 ‘친노’로서는 ‘성역’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이쯤이면 김 대표가 왜 더불어민주당에 합류했는지 궁금해진다. 김 대표는 “박 대통령이 대통령 된 뒤로 한 번도 연락이 없었던 건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문재인 씨가 쳐들어와 사흘 간 졸라대서 더민주당에 합류했다”고 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섭섭함과 문 전 대표의 읍소(泣訴)에 흔들렸다는 고백이다. 아무리 그래도 김 대표가 더민주당에 합류한 건 이상하다. 그를 영입한 ‘친노’는 더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아무리 선거가 급해도 혈액형이 같아야 수혈을 하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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