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빛 베짱이 풀잎에 매달리어/찌르르 울을 제에 난데없는 양미(凉味)돈다/처마 끝 발들이니 시원 더욱 하고나.”변영로(卞榮魯)는 곤충만 보면 시상이 떠올랐는지 이것저것 소재삼아 노래하다가 `베짱이’를 이렇게 읊었다.시골에서 맑은 이슬에 바짓가랑이 적셔가며 자란 사람이 아니고는 베짱이인지 여치인지 첫눈에 구분해 내기는 어려울 것이다.시인의 말마따나 한여름 여치의 노랫소리 또한 `양미’를 느끼게 하긴 마찬가지니까.
J.미슐레의 `곤충기’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곤충은 언어를 가지고 있지 않다.그것들은 소리로 떠들지 않는다.표정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그렇다면 그들은 무엇으로 자기를 설명하는가.그들은 그들의 힘에 의해서 이야기한다.”
언어도 없는 곤충이 `힘’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을까.갈색여치떼가 충북 영동지역 과수원 40여군데를 기습해 1주일 가까이 쑥대밭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다. 살충제를 맞고 떨어져 죽은 갈색여치가 그야말로 시체더미를 이루고 있는데도 그 약효가 사흘을 못간다고 하니 난감한 노릇이다.
메뚜기떼의 횡포는 많이 듣고 봐 이제는 익숙해진 터이지만 여치가 이렇게 고약한 줄은 처음 안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이 갈색여치떼도 메뚜기떼처럼 옮겨다니며 초토화 작전을 쓸것인지? 과일은 물론 채소류까지도 망가뜨리는 갈색여치떼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지금으로선 마땅한 약제도 없고 천적도 없다니 더욱 그렇다.영동은 지척이 아닌가. /김용언 논설위원 kim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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