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경북도청이 오랜 ‘대구더부살이’를 청산하고 마침내 안동·예천 신도시로 이전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새 도청에서 업무를 시작한 데 이어 지난 10일에는 대통령을 비롯하여 1만여 명의 내외 축하객이 참석한 가운데 신청사 개청식을 가졌다. 이로써 경북도정의 중심지는 대구에서 안동·예천으로 바뀌었다. 경북의 발전과 도약의 큰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오랜 세월 도청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북부지역이 도정의 중심지가 된 것은 해당 지역민들로서는 더없이 좋은 일이다. 새 ‘도성’이 들어섰으므로 지역발전 청사진들은 민관 양 부문에서 다투어 제시될 것이고 주민들은 희망에 부풀 것이 분명하다. 지역에 활기가 돌고 사람들의 얼굴은 환하게 펴질 것이다.
도정의 중심지가 바뀌면 도정 변두리지역도 바꿔 놓는다. 지금까지 중심에 가까웠던 지역이 하루아침에 도청에서 멀리 떨어진 변두리가 된다는 말이다. 중심지와 변두리가 누리는 행정혜택에는 차이가 있다. 실제로 대구에 인접한 시군 지역들은 그동안 도청과 가까운 까닭에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많은 덕을 보아 왔다고 할 수 있다. 비록 계량화하거나 딱 부러지게 ‘이런 점에서 덕을 보았다’고 내놓을 수는 없어도 도정의 중심지 인근인 까닭에 알게 모르게 이득을 보아온 것은 사실일 거다. 그것은 서울을 둘러싼 수도권 지역의 예에서도 보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도의 중남부권 일부지역 사람들은 도청이전이 썩 흔쾌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
도정 중심지가 바뀌게 되면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현상이 있다. 행정구역 편입 문제다. 대도시 주변에서 살아오면서 느꼈던 ‘행정중심지 자부심’을 하루아침에 잃게된 주민들은 ‘생활편의’를 들어 대도시에 흡수되기를 바란다. 여기에다 관할구역을 한 치라도 더 넓히고 싶은 대도시 쪽 입장이 보태지면 편입논의는 불이 붙는다. 타 지역에서 보아온 전례가 그랬다.
이웃의 행정구역 관할 조정 이야기를 소개하는 뜻은 먼 데 있지 않다. 도청이 이전하고 도정 중심지가 바뀐 경북에도 이런 요구나 논의가 얼마 안 있어 불거져 나올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도시는 각종 시설을 들여 앉힐 수 있는 이웃 지역 ‘시골’의 산과 들을 필요로 한다. 때문에 주민들을 유혹할 것은 물어보나마나한 일이다. 주민들 또한 생활편의를 내세워 쉽게 대도시에 편입되기를 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대도시 주변 일부 지역의 관할 시·도청이 바뀌는 것이 국가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주민의 편의성 역시 무시할 수 없는 가치인 것도 틀림없다. 하지만 현행 행정구역이 주민들에게 갖는 의미 또한 결코 작은 것이 아니란 사실도 중요하다. 관할구역의 일부를 속절없이 대도시로 넘겨주는 쪽의 상실감이나 자긍심 훼손은 곧 지역 발전의 동력을 빼앗기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민들의 일체감을 약화시키고 사기를 저하시킨다. 논의 과정에서 겪게 되는 지역내 갈등은 통합과 화합을 해쳐 지역발전의 크나큰 저해요소로 작용한다.
도정 중심지를 옮긴 경북도는 새로이 도정의 변두리가 된 지역을 잘 챙겨야 한다. 행정적 관심이나 지원이 행여 조금이라도 소홀해지는 일이 없도록 보살펴야 한다. 그리하여 도민 누구라도, 어느 지역이라도 도정소외감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유념해야 할 일이다. 대구 인근의 마을들에서 대구시에 편입시켜 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도청이전 후의 경북도정이 가장 신경 써야 할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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