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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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 실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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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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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상은 한가지인데도 사람은 저마다 다른 생각을 한다. 분석과 평가가 다르고,반응과 대책이 다르다. 이런 시각차이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물 반병’이다. 병 속에 남은 물은 일정하건만 “아직도 반병이나”와 “겨우 반병 밖에”로 희망과 절망이 엇갈린다.
 같은 `글쟁이’인데도 계절을 보는 눈이 정반대인 사례도 있다.T.S엘리옷은 `대성당의 살인’에서 이렇게 말한다.“겨울은 바다에서 죽음을 끌고 온 것이다.파멸의 봄은 우리의 문을 두드릴 것이고,처참한 여름은 시내 밑바닥까지 태워버릴 것이고,가난은 다시 쇠진하는시월을 기다릴 것이다.”그러나 E.윌리의 `야생의 복숭아’는  사뭇 다르다.“봄은 사과꽃의 입김보다 짧고, 여름은 너무 아름다와 지체할 수 없고, 낙엽의 화톳불처럼 빠른 가을, 죽음의 잠처럼 즐거운 겨울.”
 두 사람의 계절관이 다르듯 많은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철을 생각할 수 있다면 자연은 건강하다 할 것이다.그러나 자연이 병들면 신음은  매한가지일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곳곳이 한겨울에 식중독이, 5월에 `우박 폭탄’을 맞지 않았나. 질병도, 자연재해도 사철 구분없이 돌발하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게다가 30도 안팎을 넘나드는 요즘 날씨는 힘 안들이고 남의 집 담장을 넘는 도둑같다.달력만 보면 초여름이다.그런데도 한여름에나 나올 소리들이 벌써부터 들리고 있다. 최대 전력수요, 농업재해, 물난리, 식중독주의보…. 이 모든 것을 `기상이변’`이상고온’탓으로만 돌리고 태연할 수 있겠나.
 계절 구분은 사라지는데 한여름 불청객들은 때이르게 몰려오고 있으니 탈이다.`철묵은 색시 가마 안에서 장옷 고름단다’는 말이 있다. 대비할 때를 놓치고 발등에 불이 떨어져야 허둥대는 모습을 빗댄 말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라고 했다. 온난화를 자초해 계절 구분은 잃었을 지언정 그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경북 지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김용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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