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재연된 새누리당 ‘공천학살’
  • 한동윤
8년 만에 재연된 새누리당 ‘공천학살’
  • 한동윤
  • 승인 201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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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2011년 5월호 월간조선에는 ‘심층취재-한나라당 학살공천의 막전막후’라는 긴 글이 실렸다. 2008년 제18대 총선 때 친 이명박 대통령 세력이 박근혜 세력을 초토화시킨 ‘공천학살’을 심층 취재 보도한 내용이다.
 “친이 실세들은 권력을 사유화하기 위해 정적(政敵)이던 친박을 낙천시키고 박근혜 전 대표를 사지(死地)로 몰았다. 박 전 대표가 입에 달고 살았고, 그들 또한 지고지선의 공천 방안으로 외쳤던 ‘상향식 공천’은 씨도 먹히지 않았다. 그들은 정치를 ‘저주산업’으로 만드는 데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았다. 친박 역시 살기 위해 ‘친박연대’라는 기상천외한 정당조직을 만들어 그 일부는 총선을 통해 살아나 물갈이의 허구를 입증하듯 한나라당에 당당히 복당했다.”
 당시 ‘친박학살’의 주역은 이재오·이방호 의원으로 알려졌다. 월간조선은 여기에 정두언 의원을 포함시켜 이들 3자가 청와대 간 조율을 거쳐 실질적으로 공천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친박학살’의 대표적인 사례가 김무성이다.
 18대 총선이 있은지 8년이 지났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에서 ‘친박’에 의한 ‘싹쓸이 공천’이 진행되고 있다. 그 와중에 이재오 의원 등 일부 MB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MB 정권 2인자였던 이재오 의원, 비서실장이던 임태희 전 의원, 특임장관을 지낸 주호영 의원,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 MB 서울시장 비서를 지낸 조해진 의원 등이다.
 그러자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번 공천에 대해 언급하고 싶지도 않다”면서도 “나라가 안팎으로 어려운 때에 매우 걱정스럽다”고 불쾌해 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전·현직 의원 40여명과 대규모 송년회를 가진 자리에서 “내년 이 모임에서 더 많은 당선자가 나와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MB계 출마자들을 격려했었다.

 이재오 의원 등 MB계 공천 탈락자들은 무소속 출마를 공언하고 있다. 8년 전 ‘친박연대’같은 ‘반박연대’를 만들어 친박들과 싸우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친박’이었다가 ‘비박’으로 돌아선 진영 의원(서울 용산)도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이 ‘친MB’에 의해 집단 학살된 8년 전과 정 반대다.
 8년 전 ‘친박연대’는 18대 총선에서 무려 14석을 얻었다. 박근혜 전 대표가 MB계의 ‘친박학살’에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직격탄을 퍼붓자 동정표가 쏠린 것이다. 한나라당은 37.4%, 민주당 25.0%, 친박연대는 13.2%의 지지를 얻었다. 놀라운 결과다. 친박연대가 약진하자 검찰의 수사가 시작됐다. 서청원 대표가 구속됐다. 당선자들이 줄줄이 소환당했다.
 4년 전 제19대 총선은 박근혜 체제로 치러졌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이었지만 한나라당은 박근혜 비대위원장에게 당권이 넘어갔고, 박 위원장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꿔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박 위원장은 그 때 ‘친MB’ 세력에게 공천을 통해 ‘보복’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러나 ‘보복’은 없었다. 박 위원장의 대권을 위해 내부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고 봤을 것이다. ‘친박학살’에 앞장선 이재오 의원은 정작 18대 총선에서 박근혜 팬클럽이 그의 선거구에 몰려가 낙선운동을 벌이는 바람에 낙선하고 말았다. 따라서 19대에는 그를 공천하고 안 하고가 큰 이슈가 아니었다.
 그러나 20대 총선에서 이 의원은 8년 전에 그가 날린 부메랑을 얼굴에 맞았다. ‘친박’에 의한 ‘친MB’ 제거다. 지금 그의 반응 역시 8년 전 그의 손에 의해 거세된 ‘친박’의 행태와 꼭 닮았다. 그래서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는가?
 권력의 속성은 선사시대나 21세기 현대나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다. 권력에 밉보이면 가차없는 응징이 기다린다. 응징당한 세력이 권력을 잡으면 ‘역(逆) 응징’은 피할 길이 없다. 지금 새누리당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공천극은 8년 전의 악연(惡緣)이 오늘에 재연된 것에 불과하다. 누가 누구에게 눈을 흘기고 비난하기 어렵다.
 정치는 신사(紳士)들의 게임이 아니다. 8년 전의 악연이 오늘 재연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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