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안철수의 湖南 쟁탈전
  • 한동윤
김종인-안철수의 湖南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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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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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갑자기 ‘호남’(湖南)을 내세웠다. 김 대표가 총선 첫 지방일정으로 26~27일 광주와 전남을 찾아 자신을 ‘호남의 대변자’로 자임한 것이다. 그는 “나도 광주에서 초·중교를 졸업하고 뿌리가 호남에 있는 사람”이라며 “내가 당에 있는 한 호남의 권익을 대변하는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의  조부 가인 김병로 선생이 전북 순창 출신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김 대표가 ‘광주에서 초·중교를 졸업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서강대 교수로 국보위에 참여하고 민정당에서 비례대표 국회의원과 청와대 경제수석, 복지부 장관을 지내면서 그가 ‘광주에서 초·중교를 졸업한 사람’이라고 한 걸 들은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선거가 닥치자 광주 한복판에서 ‘광주에서 초·중교를 졸업한 사람’이라고 커밍아웃하고 나섰다. 더민주당이 광주에서 안철수의 국민의당과 쉽지 않은 경쟁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마침내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김종인과 안철수의 ‘호남 쟁탈전’이 시작됐다. 전체 28개 의석을 두고 맞붙는 양측 대결에 호남 민심이 어디로 쏠릴지 주목된다. 이런 가운데 한겨레는 28일 광주 8곳 선거구 가운데 7곳에서 더민주당이 고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당 지지율이 전국에서 하락하던 중 발생한 김종인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으로 더민주당 회복세가 꺾였다는 것이다. 유일한 우세 지역인 광산을마저 국민의당 후보와 지지도 격차가 오차범위 안으로 좁혀졌다. 광주 전체 정당 지지도에서 더민주당은 국민의당에 10%포인트 이상 밀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호남을 찾은 김종인 대표의 독설(毒舌)은 판세 불리에서 나온 반응이다. 그는 “호남 정치인들이 기득권 유지를 위해, 특정인 욕망에 편승해 새 당을 만들고 유권자들을 현혹하면서 이 지역에 야당 분열이 생겨났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대표를 대권병 환자로, 국민의당 정치인들을 구태 정치인으로 몰아붙였다.

 그러자 안철수 대표도 반격했다. “더민주당 진짜 주인은 친노 세력”이라고 비난했다. 더민주당 중진이 고백한대로 “막상 내려와 보니 광주·전남의 ‘반(反)문재인’ 정서가 심각하다”고 했을 정도인 문재인에 대한 광주의 반감을 자극한 것이다. 이어 박지원 의원도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고위직을 하면서 호남 소외에 대해 말 한마디 했는지 생각하면 소가 웃을 일”이라고 김 대표를 비난했다. 국민의당 김경록 대변인도 “김 대표는 호남을 입에 담지 말라”며 “전두환 정권 국보위 출신이 광주 정신 운운하는 것은 광주를 분노케 하는 행동”이라고 비판에 가세했다. 국민의당은 호남에서 20석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더민주당 비례대표 파동 이후 친노 패권에 대한 호남 민심이 더욱 악화됐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셀프공천’도 문제지만 친노들이 김 대표의 비례대표 순번을 14번으로 바꿔치고, 친노-운동권들을 당선권에 밀어 넣은 데서 친노패권주의가 기승을 부렸다는 것이다.
 김종인-안철수의 호남 쟁탈전은 ‘호남’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호남 현지 여론이 수도권에 밀집한 호남인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호남향우회의 위력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된다. 만약 광주에서 국민의당이 더민주당을 압도하면 수도권 호남 표심도 국민의당에 동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렇게 되면 더민주당은 수도권에서 참패할지 모른다.
 김종인 대표가 ‘호남의 대변자’를 자임하며 ‘광주에서 초·중교를 졸업한 사람’이라고 했지만 그를 호남과 연결시키는 호남인은 많지 않다. 오히려 전두환 국보위와 민정당을 기억하는 호남인들이 많다. 따라서 김 대표의 호남 공략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대표 역시 호남에서 더민주당을 앞선다지만 그 또한 호남과의 연대가 미약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가 ‘호남의 사위’를 자부하지만 그는 부산 출신이다. 호남의 그에 대한 지지는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반감 때문이다. 결국 ‘호남’과 크게 인연이 없는 김종인-안철수 두 사람이 호남 패권을 누가 가져가느냐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호남 출신 대권주자가 등장하지도 않은 총선에서 호남인들의 선택이 주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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