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포항공항 재취항, 서명만으로 될까
  • 정재모
항공사 포항공항 재취항, 서명만으로 될까
  • 정재모
  • 승인 2016.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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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포항공항이 활주로 포장공사를 마무리하고 재개장을 앞두고 있다. 2014년 7월 착공하여 포스코 투자액 900여억원 등 총공사비 1300억원을 들인 활주로와 유도로 포장공사가 지난달 25일 준공된 것이다.
 따라서 그동안 운항이 중단됐던 포항 하늘길은 당연히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공사 착공 이전까지 취항하고 있던 국내 2대 항공사들이 한결같이 재취항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기껏 돈 들여 공항 단장을 새로 하고나서 처한 상황치고는 다소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유는 물어보나마나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KTX 동대구역이 개통하여 포항-서울 간 여객을 뺏기기 시작한 포항공항은 2010년 KTX 2단계 구간의 신경주역이 영업을 개시하면서부터 여객이 더욱 줄어들기 시작했다. 공항공사 측은 2008~2012년 이용객이 그 전에 비해 13.4%가 감소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다 지난해 4월 KTX포항역이 운영되면서 포항공항의 이용객수가 결정적으로 감소했다. 이것이 항공사들로 하여금 재취항을 꺼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포항~김포 간을 취항하던 대한항공과 포항~제주 노선을 갖고 있던 아시아나항공이 재취항을 끝내 포기한다면 포항공항은 이른바 ‘유령공항’이 된다. 유령공항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일정한 유지비도 들어가야 한다. 그야말로 지역의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재취항 촉구 서명운동을 벌이는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포항시 포항시의회 포항상공회의소, 포항지역발전협의회는 지난달 30일 국토부와 서울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잇달아 방문해 시민 35만여 명이 이름을 올린 서명부를 전달했다. 서명을 어떻게 받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포항시 전체 인구가 52만여 명임을 감안하면 성인은 거의 100% 서명을 한 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포항공항의 민항기 재취항을 요구하는 서명인이 이정도라면 지역 전체의 통일된 염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서명을 한 시민들이 그 열망만큼이나 포항공항을 이용할 것이냐는 것이다. 이름 석자 쓰고 사인하는 게 크게 힘 드는 일도, 돈 드는 일도 아닌 마당에 시민들은 지역이 살아 있는 공항을 갖는 일에 반대할 특별한 이유가 없기 때문에 서명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비행기가 아쉬운 사람은 서명자 숫자만큼 그리 많지 않을 것임도 자명하다. 그렇다면 항공사들에게 막무가내로 서명부를 들이밀면서 취항을 요구한다고 해서 먹혀들 리가 없다. 지금 포항공항의 상황은 자유 시장경제 기능에 맡겨 두자니 공항이 폐쇄될 위기이며, 살리자니 무언가 뾰족한 방안이 없으면 안 될 처지다.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국제선 취항과 지방항공사 설립 같은 대안이다. 낮은 실현 가능성 때문에 별로 ‘뾰족한 방안’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적극 검토해볼 만한 안(案)이라고 생각된다.
 2012년 5월 중국의 중국남방항공이 한 번 전세기를 운항하여 포항공항 개항 42년 만에 처음으로 국제선 운항을 기록한 바 있다. 이것을 볼 때 정기 또는 부정기 국제선 취항의 길을 모색해볼 만할 것이다. 또 지방항공사를 설립한다면 소형 저가항공으로 국내 각 지역의 공항들과 연계하여 활로를 열고 또 이를 유지해나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일각에서 들려오는 기존항공사의 복항(復航)을 이끌어내기 위해 운항에 따른 항공사 손실을 지자체가 보전해 주는 방안도 물론 고려해볼 만하다. 그러나 이는 지자체 집행부가 독단으로 판단하고 처리할 일이 아니다. 어떤 형태로든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예컨대 주민 투표 같은 것을 실시했을 때 지자체 예산에서 손실을 보전해 주더라도 비행기는 띄워야겠다는 의사가 복항요청 서명자 수에 진배없다면 그렇게 하는 것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결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포항공항의 국제선 개설, 지방항공사 설립 같은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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