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의 시대’ 향한 냉소 새영화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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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의 시대’ 향한 냉소 새영화 `황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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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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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부도 무릎 꿇은 강한 기생     
사랑 앞에선 무너지는 약한 여인   

 
억압당하고 짓눌렸다.
`기생’이란 천한 신분 때문에……. `여성’이라는 약한 몸 때문에…….
 그러나 그런 16세기 남성중심의 봉건사회가 가소롭다는 듯이 비웃는 여인이 있다.
 드라마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 여인 `황진이’.
 그녀가 21세기의 스크린에서 아름다운 조선의 미인이나 기예가 뛰어난 예술가가 아닌
 위선의 시대를 향해 여왕의 위엄을 펼치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났다.
 영화는 사대부도 농락하는 도도한 기생의 삶에서 21세기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지만
 한남자를 향한 로맨스라인을 당대 신분사회 구조보다 더 단단하게 그리고 있다.
 한편 `황진이’는 청순미의 대명사였던 송혜교의 첫 사극 도전작이자
 충무로에서는 위기의 한국영화를 다시 일으킬 영화로 추대받고 있다.
 추천비디오 `게이샤의 추억’은 2차 세계대전 후 서양인이 본 일본 기생 `게이샤’이야기로
 종전까지 게야샤를 `초라한 창녀’로 보았던 것과는 달리 `처연한 예술인’으로 새롭게 해석했다.       -편집자 주-    
 
`접속’ 장윤현 감독·송혜교·유지태 주연…순제작비 100억 블록버스터
   
순제작비 100억 원짜리 블록버스터로 보기보다는 세상에 맞섰던 한 여인의 러브스토리로 봐야 할 영화다.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모았던 영화 `황진이’(제작 씨네2000ㆍ씨즈엔터테인먼트)가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1997년 영화 `접속’으로 1990년대 새로운 사랑의 소통 방식을 소개했던 장윤현 감독은 16세기 조선시대 계급사회에서 억압된 삶을 헤쳐나갔던 황진이의 당당한 사랑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북한 작가 홍석중 씨의 원작에 충실하려 했다고 계속 언급해왔다.
영화는 `송혜교의 황진이’로 요약된다. 소설 속에서 창조된 `놈이’(유지태 분)가 황진이의 일생 동안 단 한번의 사랑으로 등장하는 것도 새롭지만, 이 영화의 방점은 확실히 송혜교에게 찍혀 있다.
“지난 1년간 이 작품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었다”는 송혜교는 스크린 데뷔작 `파랑주의보’에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장 감독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당당하고, 어여쁜 얼굴로 관객과 만난다. 연기력 또한 눈에 띄게 향상된 면모를 보인다.
영화 `황진이’는 하지원이 주연을 맡았던 TV 드라마 `황진이’와 계속 비교돼왔다. 드라마 `황진이’는 주인공을 기녀가 아닌 당대 최고의 예술인으로 그렸다. 하지원은 노력파 배우답게 춤과 악기를 배워 드라마 속에서 이를 화려하게 펼쳐내 보였다.
이에 비해 영화  `황진이’는 `인간 황진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어린 시절부터 놈이를 떠나보내기까지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때문에 송혜교는 기녀로서 재능을 보이는 수고는 덜었다. 그는 나름대로 춤을 배우고 악기를 익히느라 노력했지만 그런 장면이 그다지 나오지 않았으니 관객이 그의 수고를 알아채기는 힘들다. 역으로 보면 그만큼 내면의 분노와 사랑, 화해를 그리는 데 더 공을 들인 것.
양반가의 별당아씨에서 종의 자식임이 밝혀져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참함과 세상을 발 아래 두고 살겠다는 분노, 세상을 농락하는 자만심, 그리고 평생 가슴에 품었던 사랑을 절절히 고백하는 모습까지. 송혜교는 다양한 성정을 내뿜는다.

한편 영화 외형적으로 `황진이’는 새롭지 않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에서선보인 화려한 의상과 소품을 이미 만났기에 웬만해서는 관객이 놀라지 않는다. 블랙 톤의 한복 역시 `음란서생’에서 김민정이 선보였다.
대작이란 느낌은 금강산의 웅장함으로 전해진다. 금강에서 촬영한 마지막 장면은 인간 역시 자연의 일부분임을, 세상을 향한 분노와 이를 이겨내려는 의지 또한 결국 자연과 함께 해야 할 삶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한다. 이는 잠깐 등장하는 화담 서경덕의 가르침에도 들어 있다.

유지태는 든든하게 송혜교를 받쳐주고, 최근 `거룩한 계보’ `천년학’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던 류승룡이 무게감을 더한다.
어린 시절 송도 황 진사댁 별당아씨 진이는 놈이와 소꿉친구처럼 지낸다. 말없이 연등행사를 데려갔다는 이유로 놈이는 진사로부터 매질을 당한 후 집을 떠난다.
몇 년 후 놈이는 건장한 청년이 돼 진사가 세상을 떠난 후 하인들이 재산을 빼돌려 어려워진 진사댁으로 다시 찾아와 진이 옆에 머문다.

한양 양반가와 혼담이 오갔으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혼담은 깨지고, 마침내 진이의 어머니는 “색마였던 네 아버지가 내 몸종을 겁탈해 낳은 아이”였음을 털어놓으며 “이젠 나를 어머니라 부르지 말라”고 내친다.

진이는 놈이에게 기생이 되겠다며 정조를 바칠 테니 기둥서방이 돼달라고 한다. 놈이는 그제야 진이의 친모를 만났고, 진이를 갖기 위해 한양에 가 사실을 일러바친이가 자기라며 용서하지 말라고 한다.
기생이 된 진이 곁을 지키던 놈이는 진이의 냉랭한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떠난다.
송도 최고의 기생이 된 진이를 신임사또가 눈여겨 본다. 억지로 진이를 취하지 않은 사또는 진이를 이용해 절개가 굳은 친구 벽계수를 좌절시키고, 서화담도 꺾으라고 요구한다.
놈이는 어느새 화적떼 두목이 돼 있다. 부잣집과 관아를 털어 가난한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준 까닭에 놈이를 따르는 백성들이 많아졌다. 놈이가 진이의 기둥서방이었다는 사실을 안 사또는 질투심에 사로잡혀 놈이를 잡아들이라고 명한다.
영화 전반부 황진이가 세상에 맞서는 과정을 보여줬다면, 후반부에는 진이와 놈이의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로 흘러간다. 2시간21분을 채웠음에도 뭔가 부족한 2%. 그게 참 아쉽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
 
 

 
 
 
추천비디오  `게이샤의 추억’
아름다워서 슬픈 그녀
 
`사무라이’(무사)와 `게이샤’(기녀)는 일본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아이콘이다.
할리우드영화 `라스트 사무라이(2003년)’가 사무라이의 명예와 충절을 찬양했다면 `게이샤의 추억’은 게이샤의 아름답고 신비한 면모를 부각시킨다.
영화는 1980년대 후반 출간된 미국 작가 아서 골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독특한 색깔의 눈동자를 가진 어촌 소녀 치요가 최고의 게이샤로 성장하는 이야기.
태평양전쟁 당시 어수선한 시국에 가난 때문에 도시에 팔려온 어린 치요는 하녀노릇을 하다가 최고의 기녀 사유리(장쯔이)로 성장하게 된다. 사유리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간다. 그녀는 뭇 남자들로부터 구애를 받지만 정작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취할 수는 없다. 또 사랑하는 남자의 연인이 될 수 있지만 아내가 될 수는 없다.
게이샤를 초라한 `창녀’로 묘사해 온 일본 영화의 전통과 달리 이 작품에서 게이샤는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일종의 예술가다.
사유리가 술집에서 퍼포먼스를 펼치고 남성 고객이 열광하는 장면은 당시 화류계를 현대의 연예계로 은유하고 있다.
게이샤가 생명으로 여기는 아름다움과 신비감도 오늘날 대중스타와 다르지 않다.
게이샤의 성적 매력과 그들의 독특하고 화려한 화장법, 남자를 사로잡는 갖가지 제스처, `처녀성’에 대한 경매 등은 서구 남성을 혹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혼탕에서의 유희도. 서양인의 눈에는 이보다 더 매혹적이고 화려해 보이는 `동양’이 없는 듯 하다.
게이샤들은 `예술가’로 자평하지만 결국은 돈과 권력이 있는 남성에 의지해야 하는 처지. 개인적인 삶과 사랑을 갈망하기에 나름의 인간적 고뇌는 있지만, 평생 뒷바라지해줄 남자를 사로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그들의 삶은 사실 고급 접대부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아쉬운 점은 인간의 삶을 다룬 드라마임에도 좌절과 고통의 깊이는 깊지 않고, 중국 여배우들의 영어 대사는 시종 거슬린다.  15세 이상 관람가.  /남현정기자 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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