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전혀 새로운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여야가 ‘강(强) 대(對) 강’으로 맞부딪친 19대 국회와 달리 20대 국회에서는 ‘제3당’으로 부상한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면서 다양한 합종연횡이 나타날 가능성이다. 국민의당 의석이 38석에 불과하지만 그 위력은 그 몇 배로 나타날 것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15일 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국민의당은 단순한 캐스팅보터가 아니다”며 “문제 해결의 정치를 주도하는, 정책을 주도하는 국회 운영의 중심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에게 국민의당의 힘을 국회에서 보여주겠다는 선언이다. 여야 어느 당도 압도적 과반수를 차지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3당의 존재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포고(布告)이기도 하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구체적인 그림까지 제시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는다. 19대 국회를 이대로 보낼 수는 없다”면서 “19대 국회 회기 만료 전 세월호특별법 개정안과 민생 관련 경제 법안을 처리할 수 있도록 새누리·더민주에 임시국회 개최를 제안한다”고 했다. 5월말 시작되는 20대 국회 임기 전이라도 19대 국회에서 임시국회를 소집해 화급한 안건을 처리하자는 것이다.
그는 “세월호특별법에 따르면 특별조사위 활동이 6월 만료된다”며 “세월호 인양이 7월로 예정된 만큼 최소 6개월~1년 특조위 기한이 연장돼야 제대로 진상 규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또 “19대 국회에서 쟁점이 됐던 노동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 산적한 민생 경제 법안을 논의하는 모습을 국민 앞에 보여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의 등장은 비타협 강경투쟁으로 일관해온 더민주의 노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가 총선에서 성공을 거뒀지만 그 배경엔 ‘친노-운동권’의 거세가 전제된 측면이 없지 않다. 이해찬·정청래·강기정·김광진·김현 의원 등 ‘친노’를 탈락시키고 친노 좌장인 문재인 전 대표가 2선으로 물러남으로써 호남 참패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서 선전한 것이다. 따라서 국민의당이라는 존재가 아니라도 더민주가 19대 국회와 같은 초강경 투쟁으로 내달릴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경제제일주의자인 김종인 대표의 실용노선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회선진화법’도 변수다. 19대 국회에서는 여당이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고통받아왔다.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의안을 곧바로 상정해 처리하려면 상임위와 법사위에서 5분의 3 이상의 의석이 있어야 하는데 5분의 3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대 국회에선 더민주-국민의당이 국회 다수당으로 과반의석을 차지했지만 두 야당 역시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마음대로 법을 상정해 처리할 수 없는 입장이 됐다. 여야의 처지가 완전히 뒤바뀐 격이다.
새누리당은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기 위해 몸부림쳐왔다. 야당이 개정에 반대하자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나서야 할 판이다. 야당이 새누리당에 선진화법 개정을 간청해야 할 처지다. 새옹지마(塞翁之馬)가 따로 없다.
4·13 총선 결과는 누구도 거역할 수 없다. 새누리-더민주-국민의당 3당 체제로 굴러갈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이 야2당 협력없이 독주할 수도 없고, 그러지 말라는 게 총선 민심이다. 적어도 3당 가운데 2당의 합의가 전제되는 국회운영은 피할 길이 없다. 그만큼 두 야당의 책임이 커졌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경제가 나빠지면 그 책임의 절반은 야당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청년실업이 증가해도 그 절반의 책임을 두 야당이 져야하는 것이다. 여당이 압승한 것보다 3당이 병립한 선거 결과가 차라리 잘 된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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