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도 분열로 망하고 막말로도 망한다
  • 정재모
보수도 분열로 망하고 막말로도 망한다
  • 정재모
  • 승인 2016.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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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한국 정치판에선 진리 비슷한 격언이다. 요즘엔 그 역(逆)도 참이다. ‘보수는 분열로도 망하고 막말로도 망한다.’ 엊그제 막을 내린 20대 총선을 전후한 상황을 보면 긍정하지 않을 수 없는 명제다.
 19대 국회에서 과반의석을 갖고 있던 집권여당이 20대 총선에서 과반은커녕 원내 제2당으로 전락한 선거의 결과는 분열과 막장드라마의 대본들 말고는 달리 그 원인을 찾기 어렵다. ‘친박’과 ‘비박’의 당내 분열이 이번 총선의 결과를 불렀다는 건 종편 패널 같은 전문 분석가가 아니라도 다 안다.
 보수성향의 국민들을 거의 ‘멘붕’ 상태로 만들어놓고도 새누리당은 선거 끝난 뒤에 더 철저하게 분열하고 있는 모습이다. 공천 과정에서 만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길을 고집하고도 모자라 막판엔 대표가 도장까지 움켜쥐고 영도다리 위를 어슬렁대며 뻗대는 전대미문의 모양새를 보였던 당이다. 그야말로 ‘한방에 훅’ 가게 해 놓고도 지금 당권을 서로 잡겠다고 또 갈라져 싸우는 꼴을 유감없이 보이고 있다. 겨우 제2당된 처지에 당권은 잡아 뭘 어쩌겠다는 걸까. ‘거지끼리 자루 찢는다’는 속담이 절실한 상황이다. 큰 선거 한 번 더 꼬라박더라도 내 알 바 아니라는 배짱이 아니고선 저럴 수는 없을 거다.
 새누리당의 꼴불견은 당권을 두고 원내대표 원유철을 비대위원장으로 하겠다느니 안 된다느니 티격태격하는 걸로 그치지 않는다. 과반의석을 가지고도 늘상 야당이 발목을 잡네 어쩌네 핑계만 대면서 무력했던 주제에 이번엔 가당찮은 원내 제1당 욕심이다. 야당보다 1석을 적게 받자 가쁜 숨도 채 돌리기 전에 무소속 당선자들을 받아들이네 마네 찢어져 싸우기 시작했다.

 정체성이 안 맞아 죽어도 같이 할 사람들이 못된다며 떨쳐냈던 무소속 당선자들의 머릿수를 요리조리 헤아리고 앉았다. ‘막말’은 안 된다며 공천에서 배제했던 무소속 당선자의 복당을 놓고도 마주보고 으르렁거린다. 친박과 비박이 또 한판 크게 싸우기 시작하고 있는 거다. 친박은 윤상현을 입당시키고자 하면서 유승민은 안 된다는 내심이다. 비박은 유승민은 OK지만 윤상현은 NO라는 심사를 숨기지 않는다. 양쪽의 오기가 피장파장이지만 국민이 보기에 그 가소로운 행태 또한 피차일반이다.
 새누리당은 한두 석 더 많은 제1당이 되어 뭣을 하겠다는 걸까. 국회의장이니 상임위원장이니 하는 몇몇 감투 말고는 별로 큰 뜻이 있어 보이진 않는다. 박근혜 정부를 도와 나라를 위하고 국민을 위해 일하는 데 힘이 되자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는 건 저들이 과반 의석을 가졌던 19대 국회 운영의 궤적을 되돌아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야당처럼 악바리 근성이라도 가진 의원 하나 없고 이념에 충실하게 똘똘 뭉쳐 싸운 ‘골수친노’ 같은 ‘골수친박’ 또한 눈을 씻고도 가려낼 수 없었다. 그래놓고도 이제 와서 어쭙잖게 제1당 타령이다.
 선거 밑의 그 오만한 태도에 역겨워하면서도 ‘그렇지만 어쩌겠느냐’며 ‘막장당’ 새누리를 차마 버리지 못한 유권자들이 만든 의석이 122석이다. 새누리당은 그 122석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홧김에 서방질 못하듯이 차마 성질대로 투표하거나 기권해버리지 못한 122석의 표심을 허투루 보고 찧고 까불며 분열의 길로 나아가다간 나중에 진짜 무슨 험한 꼴 당할지 생각해야 한다.
 이번 선거에 책임질 위치에 있은 새누리당 사람들은 추태와 추악한 허욕을 과감히 던져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무소속 당선자 선별 입당시 잔머리 더 이상 굴리지 말고 원래 고집부린 오기처럼 차라리 원내 제2당을 받아들일 일이다. 그것이 선거가 끝난 뒤에 스스로 뱉은 말,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워딩에 더 충실한 모습이다. 덧붙이자면 20대 국회에선 의원 단 몇이라도 나서서 19대 국회에서 ‘골수 친노’ 몇몇이 보여준 그 악바리 같은 ‘싸움닭 의정활동’이라도 한번 보여주었으면 한다. 어차피 정부 뜻에 맞게 뒷받침해줄 여당이 못된다면 다수 야당의 독선에 반대라도 어기차게 벌이는 모양새가 그나마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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