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듯 똑같은 명화와 명곡의 잔잔하고도 진한 감동
  • 이경관기자
다른듯 똑같은 명화와 명곡의 잔잔하고도 진한 감동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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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 리뷰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화려한 색채가 건반 위를 노닌다.
 피아니스트가 미술관에 갔다.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는 ‘미술관으로 간 피아니스트’의 권순훤(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외래교수) 교수가 들려주는 인류 최고의 화가와 음악가의 작품과 삶을 풀어냈다.
 이 책은 현대 클래식 공연인 ‘권순훤의 이지 클래식, 미술관에 간 피아니스트’를 책으로 펴낸 것으로 인류가 가장 사랑한 음악가와 화가들을 환상의 짝꿍으로 엮어 62점의 명화와 67곡의 클래식 음악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미켈란젤로와 모차르트, 보티첼리와 베르디, 렘브란트와 바흐, 모네와 슈베르트, 고흐와 드뷔시, 잭슨 폴록과 존 케이지까지.
 대체 이 위대한 예술가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권순훤은 25쌍의 최고의 화가와 음악가들이 명화와 클래식음악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황홀하게 해준다.
 그 이야기에는 때론 역사가, 또 때론 사랑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하지만 에릭 사티와 수잔 발라동은 (…)성격 또한 대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달콤한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고 해요. 서로 한 치도 양보하지 않으니 다툼이 점점 잦아지고, 급기야는 크게 싸워서 수잔이 아파트 난간에서 뛰어내리는 사건까지 벌어집니다. 스케일도 크게 싸웠나 봅니다. 물건을 집어던진 것도 아니고 자기 몸을 던져 버리다니 말이지요. 천만다행으로 수잔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 사건 때문에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되고, 사티는 일생 동안 다시는 연애를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티의 사후에 그의 방에서는 일생 동안 수잔에게 쓴 보내지 못한 편지들과 사티가 그린 수잔의 초상화, 수잔이 그려준 사티의 초상화 등이 나왔다고 전해집니다. 평생 동안 간직했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에 대한 흔적들이었습니다. 이토록 가슴 깊이 그녀를 사랑했던 사티는 단 한 번의 행복한 연애시절 동안 ‘난 널 원해’라는 곡을 만들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자신의 지극한 행복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126쪽)

 에릭과 수잔의 사랑은 그 이상의 예술적 가치로 시대를 초월한다.
 비관적인 인간 내면의 모습을 그린 프란시스코 고야의 이야기도 사랑을 노래한 엘가와 만나 치유를 노래하고 타히티를 사랑한 고갱은 가르델과 짝을 지어 탱고의 선율을 선사한다.
 빛의 화가 고흐는 드뷔시를 만나 고통스러움 삶 속에서 빛나는 달 위를 거닐고 황금빛의 화가 클림트는 베토벤을 만나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오직 하나뿐인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한다.
 권순훤은 이렇듯 예술가의 삶을 통해 음악사와 미술사, 서양사를 쉽게 한눈에 펼쳐 보이며 쉬운 설명과 깊이 있는 통찰로 클래식이 어렵다는 편견을 깨버린다.
 그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본다는 차이가 있을 뿐, 그림이 주는 감동과 음악이 주는 감동은 다르지 않다”며 “한 곡의 소나타가 어떤 그림을 더 잘 설명해주고, 사연을 품은 그림 한 점이 어떤 음악을 더 깊이 듣도록 우리를 이끌어주기도 한다”고 강조한다.
 뮤지컬 작가 겸 공연 제작자 정준은 추천사에서 “권순훤 피아니스트의 공연은 매번 즐겁다. 이웃집 훈남 오빠가 조곤조곤 일러주듯 쉽고 흥미진진한 설명에 주옥같은 연주까지 더해지면, ‘클래식이 이렇게 쉽고 재밌는 거였구나’ 하고 클래식 음악의 마력에 푹 빠져들고야 만다. 그런 그의 공연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다니(…)내 책장 한 구석에 365일 피아노 소리가 울려퍼지는 미술관을 옮겨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니까.”라고 썼다.
 미술을 듣고 음악을 보는 것. 그 행위는 작품을 탄생시킨 작가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그 속으로 들어가 만나는 것이다.
 권순훤 그가 들려주는 음악과 미술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별 빛이 쏟아지는 거리에서 손을 흔들고 있는 고흐가, 아내를 위해 피아노를 치는 엘가를 만날 수 있다. 그렇게 그들과 이야기 할 수 있다.  
 권순훤 지음. 쌤앤파커스. 352쪽.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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