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親文)이라는 사람들이 이제 와서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은 더민주당을 말하는 것이고, ‘친문’은 문재인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를 지칭한다. 김 대표가 지난 22일 문 전 대표를 만나고 하루 뒤에 내뱉은 ‘배신감’ 표출이다.
김 대표는 내심 곧 선출해야 할 ‘당 대표’에 관심이 없지 않았을 것이다. 김 대표로서는 망해가는 더민주당을 맡아 총선에서 대승을 거뒀고, 문 전 대표가 총선 전 “김 대표(김종인)께서 대선까지 당을 이끌어 주셔야 한다”는 말까지 했으니 ‘경선’ 아니라 ‘추대’로 당 대표를 계속 맡을 것으로 은근히 가대했음직 하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자 ‘친노’가 표변(豹變)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친 문재인 사람들이 호남에서 총선 때 패한 책임을 (내게) 돌리기 위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을 내가 반대해서라고 말하기 시작했는데, 그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괘씸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실제로 총선 직후 ‘친노’ 정청래 의원 등은 김 대표의 햇볕정책 수정론이 광주 민심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가 선거 때 ‘햇볕정책 수정론’을 말하긴 했다. 북한이 4차 핵실험에 장거리미사일까지 발사하자 고식적인 햇볕정책에 대한 수정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호남 참패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가 분노할 만하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불거져 나온 김종인-문재인(친노) 간의 갈등, 충돌은 이미 예견된 것이다. 김 대표와 ‘친노’는 인연이 전혀 없다. 오히려 김 대표는 ‘노무현 탄핵’을 주도한 옛 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이었다. ‘4·13 총선’이라는 정치 이벤트를 계기로 혈액형이 전혀 다른 두 사람이 투합((投合) 했을 뿐이다. 그런 야합(野合)의 모순이 터져나온 것이다.
문 전 대표와 친노는 그렇다 치고 김 대표도 마찬가지다. 정치적으로 아무런 인과관계가 없는 ‘친노’와 손잡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워 선거판을 뒤집었다. 그 결과 성공했다. 그러나 그에 앞서 그는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으로 노욕을 드러냈다. 그러자 ‘친노’가 장악한 당 중앙위가 그걸 뒤집어 엎었다. 그에 앞서 비대위는 그의 ‘비례대표 2번’을 ‘12번’으로 바꿨다. 모욕적이다. 그러자 그는 당무를 거부했다.
문 전 대표가 구기동 집으로 찾아오고 비례대표 순번을 ‘2번’으로 다시 조정하자 슬그머니 주저앉았다. 그 때 ‘친노’의 정체와, 더민주당을 ‘친노’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분명히 봤을 것이다. 그런데도 김 대표는 두말 없이 선거를 치렀다. 그 결과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것을 구해놨더니 문 전 대표와 친문이라는 사람들이 엉뚱한 생각들을 한다. “더 이상 문 전 대표를 안 만날 것이다. 믿을 수가 없다”는 분노다. ‘친노를 믿었다가 바보처럼 당했다’는 푸념이고 아우성이다.
지난 22일 문 전 대표는 김-문 회동에서 “당에 수권비전위를 만들 테니 김 대표가 맡아달라”고 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대표’를 포기하고 수권비전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문 전 대표가 나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다”며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얘기를 했겠느냐”고 불쾌해 했다. 국민은 ‘막장’이라는 정치 본연의 속성을 다시 들여다봐야할 딱한 처지에 놓였다. 그러나 이 것도 국민의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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