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희망 꿈꾸던 세 소녀 이야기
  • 이경관기자
1940년, 희망 꿈꾸던 세 소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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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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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무명씨로 살다 잊혀진 소녀들 삶 담담하게 그려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기생하던 애가 나와서 뭘 하겠니? 힘든 일을 할 것도 아니고. 은화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얼른 대꾸했다. 또박또박, 잘못된 일을 정정하듯이. 언니. 나, 기생은 아니잖아요. 엎어치나 메어치나, 그게 그거지. 너, 거기서 살았는데 머리만 안 얹었지 뭐가 다르니? (…) 그래, 인생은 어차피 혼자 겪어야 하는 전쟁이다.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122쪽)

 우리 민족에게 가장 혹독한 시련의 세월이었던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무명씨로 살다가 잊혀진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권비영 작가의 소설 ‘몽화’.

 권 작가는 1940년각기 다른 환경에 처한 세 소녀의 생을 통해 존재감도 없이 사라져야 했던 소녀들의 억울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며 그들을 토닥인다.


 아버지에 이어 어머니와도 헤어져 경성의 어둑어둑한 거리 ‘이모네 국밥집’으로 오게 된 영실은 팍팍하고 신산한 이모의 살림을 바라보며 이제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음을 직감한다. 부모 생각과 못다 마친 중학교 학업 때문에 우울하던 영실은 개천 건너 으리으리한 기와집들을 구경하다, 그곳에 사는 두 또래의 여학생 은화, 정인을 만나게 된다.

 하지만 조선을 말살시켜 흡수해버리려는 일본제국주의의 야심으로 핍박은 날로 강도를 더해가고, 이유 없이 혹은 일자리를 준다며 소녀와 장정들이 사냥되듯 끌려가 이제는 부모가 준 자신의 이름도 쓸 수가 없어진다.

 권 작가는 “그래도 살아있다면,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꽃송이는 떨어졌으나 스러지지 않고 희망을 꿈꾼다”는 의미를 세 소녀의 생에 담아 몽화(夢花)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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