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인문학적 소양?… “타인을 내 삶 중심으로 삼는 컴패션”
  • 이경관기자
최고의 인문학적 소양?… “타인을 내 삶 중심으로 삼는 컴패션”
  • 이경관기자
  • 승인 2016.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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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남부교도소 진행 서울대 교수 8인 강의 엮어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인문학’은 인간을 탐미하는 학문이다.
 
최근 인문학 열풍이 거세면서, 인간소외 현상이 만연한 현대에 숨을 불어 넣고 있다.

매주 금요일 오전,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서울남부교도소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바로 서울대학교와 법무부가 진행한 인문학 강의 때문.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고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학문인 인문학이야말로 교도소에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2013년 처음으로 추진된 강의는 이후 전국 교정기관으로 퍼져 나갔다.

지난해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진행됐던 서울대 교수 8인의 강의를 엮은 책 ‘낮은 인문학’이 출간됐다.

 “우리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내가 더 강해져 남을 쉽게 이기기 위한 무기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한 번 되돌아봐야 합니다. 우리는 일생 동안 내가 아닌 다른 것들을 배웁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배우는 이유는 나 자신을 벗어나 남의 입장에 서보는 연습을 함으로써 인간 마음에 내재한 ‘컴패션’을 ‘밖으로 꺼내기(e-ducation)’ 위함입니다. 최고의 인문학적 소양이란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암기나 이해가 아니라, 바로 자신을 없애고 타인을 내 삶의 중심으로 삼는 ‘컴패션’입니다.”(1강 배철현의 당신의 ‘마아트’는 무엇인가 중)

‘서울대 교수 8인의 특별한 인생수업’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철학, 종교학, 역사학뿐 아니라 독일, 인도, 라틴아메리카, 고대 그리스 등 각 나라의 문학과 문화에서 엿볼 수 있는 인문학적 통찰을 모두 담고 있다.

이 책은 총 8강으로 구성돼 있다.

 1강은 배철현 교수가 ‘당신의 ‘마아트’는 무엇인가’를 주제로 고대 이집트인들이 생각한 삶에 대한 가치관과 종교의 핵심을 살펴보고, 타인의 기쁨과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인 ‘자비’가 왜 우리 사회에 필요한지 이야기한다.

 2강 강성용 교수가 ‘생각에 대해 생각하다’를 주제로 인도철학을 통해 보는 생각의 힘과 행복을 스스로 만드는 방법 등 인도철학에서 말하는 ‘행복’과 ‘생각’의 관계를 심도 있게 살펴본다.

“분노로 시작한 작품이 이렇게 장례식으로, 죽음으로 끝이 납니다. 작품이 전개되면서 불멸의 명성이니 명예니 하는 치열한 이야기들이 오고가지만, 위대한 시인 호메로스의 마지막 구절은 ‘죽음’입니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그 치열했던, 너무도 격렬했던 분노의 끝은 그래봤자 ‘죽음’이라는 것이지요. 아마도 호메로스는, 인간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치열하게 사는지를 질문한 것인지도 모릅니다.”(김헌의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중)

 3강은 김헌 교수가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는 고대 그리스 문학인 ‘일리아스’에서 권력, 사랑, 행복 등을 추구했던 작품 속 주인공들과 나의 삶을 비교해보며, 삶에서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을 제공한다.

 4강은 홍진호 교수가 ‘독일인에게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라는 주제로, 나치 시절의 부끄러운 과거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기억하려는 독일인의 노력을 들여다봄으로써, 자기 자신 혹은 우리 사회는 동일한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반성해볼 수 있게 한다.

 5강은 ‘나는 누구인가, 우리는 누구인가’를 주제로 김현균 교수가 라틴아메리카와 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라틴아메리카인들이 서구중심적 프리즘에서 벗어나 정체성을 찾기 위해 어떤 노력들을 해왔는지 문학과 예술을 통해 들여다본다.

 이어 6강에서는 장재성 교수가 서양문명이 ‘로고스’와 ‘엑소더스’라는 두 가지 양상으로 어떻게 발전됐는지 살펴보고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보고자 하며 박찬국 교수는 7강에서 ‘현대인이 불행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에리히 프롬에서 찾는다.

 마지막 8강은 유요한 교수가 인간에게 찾아오는 ‘죽음’이라는 사건을 우리가 어떻게 인식해왔는지 신화 속에 담긴 삶과 죽음의 관계를 통해 알아본다. 죽음 앞에서 무기력한 인간으로 살 것인지, 죽음이라는 사건을 성찰의 대상으로 받아들여 새로운 삶을 기획할 것인지는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서울남부교도소 인문학 교육과정 주임교수로 활동한 배철현 교수는 “수용자들의 삶에 긍정적이며 혁신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새로운 지식 전달이나 학문적인 내용이 아닌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도록 하며, 삶에 대한 열정을 스스로 고취시키도록 자극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학문이 성공의 도구가 아닌, 진정한 배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삶의 현장과 가까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몰랐던 진짜 인문학을 만날 수 있는 시간. 그것은 어떤 특별한 시간이 아닌, 바로 지금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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