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장수 마음대로
  • 김용언
엿장수 마음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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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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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우리나라 풍물 가운데 특징있는 것 하나로 엿장수 가위를 꼽을 수 있다. 생김새부터가 일반 가위와는 달리 끝이 뭉툭하다. 용도 또한 남다르다.

철컥철컥 소리를 내며 손님을 끌어모으는 엿장수 가위는 한국형 음향장치로 성가(聲價)를 지닌다. 엿을 늘이고 자르는 것은 ‘엿장수 마음대로’다.

우리나라에서 찾을 수 있는 또다른 특이성은 정자(亭子)문화다. 주변경치가 ‘소금강’을 자부할 수 있을 정도만 되면 어김없이 서있는 건축물이 있다. 이른바 팔각정이다. ‘풍치 좋고 정자 좋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다. 이어령 씨는 이를 ‘에콜로지의 건축학’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의 글 가운데 한 대목이다. “모든 그림이 프레임을 가지고 있듯이 팔각정은 자연경치의 수틀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자연은 단순한 자연적 상태에서 여덟기둥에 의해 분절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화하게 된다.”

누각(樓閣) 또한 정자와 다를 게 없어 보인다. 구조가 단층이냐 다락층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일 것 같다.

이런 글도 있다. “하늘과 바다는 끝이 없어/ 아득히 바라보나 다함이 없다/ 사방은 천 리의 안계(眼界)인데/ 6월도 9월의 가을 바람이다/ 그림으로 그 묘함을 그리기 어려우니 / 글로 쓴들 그 교묘함 어찌 다 나타내리/ 다만 의심스럽나니 날개 났는가/ 이 몸이 이 허공에 있다.” <李知深/ 豊州城頭樓>

포항 영일대해수욕장 해상누각이 관광객들의 발길을 묶었다. 절경에 도취해 차마 떠나지 못하는 게 아니다. 보수공사를 한다고 출입자체를 막아버렸다. 2013년에 28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지은 해상 누각인데 벌써 보수공사다.

하필 봄 관광이 절정에 이른 시점에 공사를 벌이느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해 190여만명이 찾아왔다. 올해는 공사기간만큼 빼야 할까? 그 계산도 필경은 ‘엿장수 마음대로’ 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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