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국회의원선거 때만 되면 여야는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 자기 개혁을 다짐했다. 국회의원 세비 삭감, 불체포특권 폐지, 의원 정원 축소,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이 단골 공약이다. 그러나 지켜진 건 거의 없다.
20대 총선을 2년 앞둔 2014년 2월에는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가 △국회의원 출판기념회 비용과 수익 신고 △국회의원 해외출장 사전 승인·사후 보고 △국회의원 공항 및 역사 귀빈실 사용 금지 △보좌직원에게도 의원 특권방지법 적용 △의원회관 활동비용 공개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것 역시 공수표로 돌아갔다.
4월 총선에서는 ‘국회 개혁’에 대해 여야가 입도 벙긋하지 않았다. 새누리당만 20대 국회 개원 1년 이내 4대 개혁에 실패하면 세비를 반납하겠다고 한 게 전부다. ‘개혁’이 아니라 선거운동에 불과하다. 여야 단골 공약인 ‘세비삭감’은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4년 전 19대 총선 때는 새누리당 이한구· 새정련 박지원 원내대표가 “세비 30% 삭감”을 공약했었다.
20대 국회가 곧 개원된다. 300명의 당선자들을 기다리는 것은 금배지와 갖가지 특권이다. 입법권은 물론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 장관급 신분으로 격상된 ‘억대’ 연봉을 받는다. 본봉은 214만4000원에 불과하지만 관리수당 21만4400원, 입법활동비 180만원, 급식비 8만원 등 한달에 423만8400원. 연 5086만800원이다. 통상의 세비다. 회기 중 하루에 1만8000원씩 수당도 지급된다.
본봉 기준 기말수당 400%, 정근수당 200%, 체력단련비 250%, 명절휴가비 100% 등 합계 950%인 상여금 총액은 2036만8000원. 결국 연봉은 7122만8800원이 된다. 이외에 사무실운영비 50만원, 차량유지비 33만4000원, 기름값 28만6000원, 전화사용료 32만원, 우편요금 52만원 등 매월 196만원이 지급된다.
그외에 여의도에 25평형 사무실이 제공된다. 의원전용실 11.6평, 보좌관실 11.1평, 1평 크기의 전용 화장실도 달려 있다. 전화기 6대가 연결된 80여만원짜리 키폰시스템과 팩스, 컴퓨터도 지급된다. 의원 전용 사우나를 무료로 이용한다. 새마을호 무료 이용 ‘철도승차권’이 발행된다. 국회의원은 1년 최소 2번 이상 해외에 나가며 경비는 장관급 예우로 국가가 지원한다.
각 국의 1인당 GDP와 국회의원의 세비를 대비하면 영국, 프랑스, 독일의 의원 세비는 1인당 GDP의 2.8~3배, 미국은 3.6배 정도. 반면, 우리나라 의원은 5.18배를 받는다. 매일 싸우고 고함치는 대가로 너무 많은 대우를 받는 격이다.
연합뉴스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인을 릴레이 인터뷰해 27일까지 모두 83명의 생각을 들어봤다. 이 가운데 주목할 의견은 “공항 VIP실 이용 같은 불합리한 특혜를 없애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 수당은 꼭 없애야 한다”(새누리당 박명재)는 의견이다.
또 새누리당 윤한홍 당선인은 “면책특권과 불체포특권은 독재 시대에 군사정부가 의원들이 국회에서 한 말을 이유로 마구잡이로 잡아가는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민주화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더민주 김병욱 당선인은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비 50% 반납 의견도 내놨다. 그는 “정치인들이 존경보다 멸시, 조롱거리, 비판의 대상이 됐다”며 “세비 50% 반납과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 입안을 아예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같은 의견은 개인의 목소리에 불과하다. 여야가 정당, 또는 국회 차원에서 결의하지 않으면 ‘주장’에 그칠 수밖에 없다. 결국 20대 국회의원들도 역대 국회와 마찬가지로 자기 손으로 머리를 깎는 것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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