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저항시
  • 김용언
어린이 저항시
  • 김용언
  • 승인 2016.0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소파 방정환 선생과 어린이를 떼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소파의 어린이 사랑은 그의 글 ‘어린이 예찬’ 가운데 한 대목만 읽어도 배어나온다. “어린이는 모두 시인이다. 본 것,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시인이다. 고운 마음을 가지고, 아름답게 보고 느낀 그것이 아름다운 말로 흘러 나올 때 나오는 모두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
 실제가 그런 모양이다. 어느 시인이 딸내미의 언어를 그대로 옮겼더니 시가 되어버리더라고 했다. 다른 시인의 권유대로 이를  시집으로 엮었더니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더라는 기사를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한다. 며칠 전 어린이날 TV뉴스다. 한 어린이의 분노에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럴바엔 빨리 어른이 되는 게 낫겠어요.” 어린이날에도 ‘학원 뺑뺑이’를 돌다가 지쳐 심통이 사나워진 목소리였다. 이 말을 시로 옮기면 ‘어린이 저항시’가 될 게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어린이 노출계수 핸드북’을 발간했다. 18세 이하 8000명을 대상으로 3년 동안 조사해 23개 노출계수를 뽑아냈다. 그 가운데 하나만 본다. 우리나라 3~9세 어린이가 평일에 놀이터나 학교운동장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34분이다. 미국어린이는 119분, 캐나다 어린이는 100분이다. 시쳇말로 ‘게임이 안 되는’실외 활동이다. 반면에 우리 어린이들은 실내에서 1시간 넘게 TV를 보고 34분 동안 콤퓨터게임과 인터넷 검색을 한다. 바깥보다는 실내놀이에 시간을 빼앗기고, 학원 순례하느라 놀 시간이 없는 우리나라 어린이의  현주소다. 그러니 ‘어린이 저항시’가 안 나오겠나.
 많은 사람들이 어린이를 위한 주장을 폈다. “어린이에겐 어린이의 세계가 따로 있다. 어른은 이 세계의 침략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한 사람이 있다. “어린이를 수없이 가공한 게 어른”이라고 한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우리는 어린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 같다.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