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도 ‘19대 막장’ 닮은 꼴?
  • 한동윤
20대 국회도 ‘19대 막장’ 닮은 꼴?
  • 한동윤
  • 승인 2016.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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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제19대 국회는 여야 국회의원들의 ‘막말’과 ‘갑질’로 얼룩졌다. 대통령을 향해 ‘귀태’(鬼胎)라는 저주를 퍼부은 의원, 동료 의원에게 “공갈”이라고 악담을 내뱉은 야당의원에서부터 보좌관 월급을 가로챈 여야 의원들, 로스쿨 출신 자기 자식을 대기업에 취업시킨 ‘취업브로커’같은 국회의원들이 하나 둘이 아니었다.
 여야는 20대 총선 공천과정에서 저질-막말 의원과 갑질 의원 상당수를 정리했다. 자기반성의 의미다. 그러나 20대 당선자 일부의 구태(舊態)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일자 중앙일보에 소개된 11일 초선국회의원 당선자 연수장 모습이 그렇다. 20대 국회도 19대 못지 않게 ‘막장’으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초선 당선자 오찬 연수는 오전 10시에 행사가 시작된다고 의정연수원이 고지했다. 그러나 초선 당선자 132명 중 90여 명만이 제시간에 행사장에 나타났다. 20명 정도가 지각했고, 나머지는 행사가 끝날 때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끝내 얼굴을 보이지 않은 새누리당의 한 초선 당선자는 “지역구 복지관들을 돌아다니며 인사를 하는 일정이 있었다”고 변명했다. 국회의원회관 3층 오찬장에서 건배사가 울렸고 와인잔 부딪는 소리가 들렸다. “20대 국회! 끝까지! 초심으로!” “초선! 변화!” “일하는 국회! 밥값 하는 정치인!” 등이다. 오찬에 앞서 초선 당선자들은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전·현직 국회의장·부의장들로부터 특강을 들었다. 강연에선 “정치의 폐단을 초선인 여러분이 앞장서 고쳐야 한다”(김원기 전 의장), “국회의원은 ‘높은 사람’이 아니라 중요한 사람일 뿐임을 명심하라”(이석현 부의장)는 등의 충고가 쏟아졌다.
 그러나 당선자들 상당수는 꾸벅꾸벅 졸았다. 선거가 끝난지 한 달이 지났어도 피로를 이기지 못한 모습들이었다. 춘곤증에 못이겨 고개를 꾸벅거리던 당선자들을 일제히 깨운 건 국회의원 세비와 수당에 관한 설명이다. 연단 위 스크린에 ‘일반수당 월 646만원-입법활동비 월 314만원-관리업무수당 등 월 71만원’이란 글자가 또렷하게 나타나자 모두 스크린을 향해 눈을 크게 뜬 것이다.

 중앙일보는 당선자들이 의원회관에 ‘의원 전용 출입문’을 통해 들어오는 모습, 국회사무처 직원들이 의원회관 2층 로비에서 3층에 마련된 오찬장으로 당선자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엘리베이터를 대기시켜 놓고 있는 모습들을 소개하며 당선자들이 벌써부터 ‘특권의식’에 젖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의원회관 한가운데 통유리로 된 자동문은 언론이 ‘의원 특권의 상징’이라며 수차례 비판해 온 문이다.
 뿐만 아니라 특강이 있었던 헌정기념관과 와인 건배사가 오갔던 의원회관까진 300m 남짓한데도  당선자들을 실어 나르기 위해 국회 사무처는 대형 버스 6대를 마련했다. 걸어가는 당선자는 눈에 띄지 않았다. 국회사무처의 과잉의전을 지적하는 당선자는 보이지 않았다. 영국 의회에는 의원을 위한 주차공간이 없다. 총리와 야당 대표용 단 2자리만 있다. 영국 의원들은 일반 시민의 주차를 위해 자전거나 전철 등을 타고 출근한다. 영국 정부는 826명인 상원의원의 수를 450명으로 절반 줄이는 ‘상원개혁법안’까지 마련했다. 일본 민주당도 2012년 3월 국회의원의 세비를 2년 동안 연간 300만엔(약4312만원) 삭감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등 국회의원의 특권 폐지 움직임을 계속하고 있다.
 스웨덴에서는 농부, 간호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그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임기가 끝나면 70%정도는 본업으로 돌아간다. 의원에게는 전용차도 없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차량 유지비를 준다. 개인비서나 보좌관도 없어 혼자 밤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세비를 삭감하거나 의원 정수를 줄이자고 하면 난리가 난다. 오히려 의원 정수를 증원하자고 억지부리고, 슬그머니 세비를 인상하려다 여론의 비난을 자초해 포기하는 일이 다반사다. 우리도 국회의원을 ‘명예직’으로 전환해 국회의원 금배지를 신분상승이나 치부의 수단으로 삼지 못하게 하는 노력을 기울일 때가 됐다. 19대 막장 국회를 청산하기를 바라는 것이 20대 국회에 거는 기대다. 이 희망이 초장부터 흔들리는 것같아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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