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짝이 길
  • 김용언
짝짝이 길
  • 김용언
  • 승인 2016.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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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먼 길을 가려면 길을 조이는 게 보통이다. 목적지에 조금이라도 빨리 가려고 발걸음을 재촉한다는 소리다. 그렇게 걷다보면 길이 붇는다. 출발지부터 걸어온 거리가 불어난다는 표현법이다. 김주영의 ‘객주’에 이 말이 나온다. “봉삼이 소견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으나 뒤따를 수밖엔 없게 되었는데, 월이는 두 다리가 천근같이 무거워져 회정할 땐 도통 길이 붇지 않았다.”
 옛날 등짐장수들이 즐겨 썼음직한 말들이다. 300m도 안 되는 곳으로 이동하는데도 버스를 탔다는 20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들으면 달나라 사람들이 주고받는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튼튼한 두 다리 대신 잘 굴러가는 네 바퀴가 더 사랑받는 시대의 한 단면이다. 그러니 길을 끝없이 닦고 만들어 내야 한다. 개통되기가 무섭게 거대한 주차장이 되어버리기 일쑤일지언정 길은 많을수록 좋고, 넓을수록 더욱 환영받는 세상이다.

 포항 장성~흥해를 잇는 도로가 희한한 모양이다. 왕복 6차선 도로가 장량동 방향은 4차선이고, 흥해방향은 2차선이라고 한다. 본래 4차선 이던 것을 장량동 주민숫자가 눈덩이 불어나 듯하자 길을 넓혔다나 보다. 넓혀놓고 보니 짝짝이 길이 돼버렸다. 눈의 크기가 서로 다르면 ‘짝눈’이라고 하니 이 도로는 ‘짝길’인 셈이다. 기형도로 신세를 벗어나려면 내년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
 이 불균형 도로는 이내 ‘고통길’이 돼버렸다. 극심한 교통정체는 기본이다. 출근길 북새통에 연쇄추돌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운전자로서는 ‘아빠! 오늘도 무사히’를 기도하는 딸내미를 눈앞에 그리며 이 길을 빠져나가야 할 판이다. 이상한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을 헷갈리게 하는 이른바 ‘도깨비길’이다. 그러나 길을 넓혀놨더니 되레 고통이 곱빼기가 됐다는 소리는 처음 듣는다. 무턱대고 넓힌 도로 확장이 길을 죄고, 붇는 데 방해물 노릇을 하다니 코미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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