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만 폴크스바겐이 많이 팔린 이유
  • 한동윤
한국에서만 폴크스바겐이 많이 팔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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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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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지난해 9월 세계 최대 자동차 생산그룹 독일 폴크스바겐 디젤차의 엔진이 인증 조건의 4배 이상, 실제 도로 주행에서는 기준보다 최대 30배 이상의 배출 가스를 뿜어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환경당국에 의해서다. 이른바 폭스바겐 게이트다. 게이트가 터지자 폴크스바겐 디젤차의 판매가 전세계에서 급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8월 8688대였던 판매대수가 10월과 11월 각각 1879대, 201대로 곤두박질쳤다. 2014년 폴크스바겐 그룹은 월 6000~9000여대의 디젤차를 판매하면서 미국 시장의 70%대를 점유했지만 지난해 9월 42.2%로 급감한 뒤 12월에는 고작 1%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했을 정도다.
 인도에서도 10월 폴크스바겐 판매량은 3255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2% 줄었다. 일본에서도 10월 폴크스바겐 판매량이 2403대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판매량이 무려 48% 감소했다. 중국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예외가 있다. 우리나라다. 세계 각국에서 배출가스 조작에 대한 응징으로 폴크스바겐 안 사기 운동이 대대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대한민국에서만 유독 폴크스바겐 디젤차량의 판매가 급증했다. 아예 폭발적이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폴크스바겐 그룹의 국내 디젤 모델 판매실적이 7585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59.4% 급증했다. 12월에는 5191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8.2%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폴크스바겐이 전세계적인 수요 급감에 따른 손해를 타개하기 위해 최대 20% 가격 인하에 60개월 무이자 할부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자 이에 혹한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달려간 것이다.
 미국에서 폴크스바겐 디젤차량 점유율이 70%에서 1%로 떨어진 이유는 미국 소비자들이 “소비자를 속인 기업은 신뢰할 수 없다. 우리 땅을 오염시키고 나의 후손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기업은 가차없이 응징해야한다”는 데 의기투합했기 때문이다. 일본과 인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 소비자들은 어떤 생각이었을까? 폴크스바겐이 거짓말을 했건 안 했건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자동차가 잘 달리고 연비도 좋고, 가격까지 저렴하니 배기가스 조작으로 가격이 크게 내려간 기회에 외제차를 장만하자는 심보 아니었을까? 환경보다 실리를 챙긴 것이다.
 이런 우리 소비자를 폴크스바겐은 비웃었다. 환경당국이 요구한 배기가스 관련 자료를 제출하지 않고 미적거렸고, 국회에 내야할 자료도 딱 두 줄 짜리로 진실을 숨겼다. 지난해 미국과 캐나다의 폴크스바겐 디젤차 소유주 48만2000명을 대상으로 소유주 1인당 1000달러 상당의 상품권 카드와 바우처를 보상하고 3년간 무상으로 수리도 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상품권 보상 규모만 4억8200만달러(5586억원)다. 이는 폴크스바겐이 소비자를 속여 신뢰를 상실한 대가다. 반면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피해를 보상하겠다는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속으로 “한국 소비자들은 환경이고 뭐고 차를 잘만 사가는 데 보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2011년 병원에 입원중인 임산부 5명이 급성폐질환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임산부들은 모두 옥시싹싹 가습기를 틀어놓은 병실에 입원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조사 결과 옥시 가습기에 투입된 살균제가 주 원인으로 밝혀졌다. ‘옥시’는 영국계 다국적기업이다. 옥시 살균제로 사망한 사람은 모두 146명으로 늘어났다. 끔찍한 환경살인 사건이 발생한지 5년이 지나서야 옥시 한국대표 등이 구속됐다. 영국 옥시 본사는 아직도 사죄와 보상에 소극적이다.
 폴크스바겐 디젤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기는 ‘제2의 옥시’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인체에 해로운 디젤 가스가 축적되면 임산부나 허약한 병약자에게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폴크스바겐 디젤차가 사실상 ‘퇴출’된 것은 인체에 위해한 디젤가스를 막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폴크스바겐이 디젤차 가격을 인하하고 장기할부 판매한다니 디젤 가스고, 환경이고 뭐고 매장으로 달려갔다. 폴크스바겐 차량이 내뿜는 디젤가스가 ‘옥시 가스’로 그들 자신과 가족의 폐로 들어갈 것이 뻔한데도 말이다. 폴크스바겐 디젤차 소비자와 폴크스바겐은 일종의 공범 관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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