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1년, 방역체계 믿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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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사태 1년, 방역체계 믿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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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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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르스 사태가 만 1년을 맞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은 당시 우리 국민을 삽시간에 공포로 몰아넣었다. 너무도 부실한 초기 대응 탓에 38명이 목숨을 잃었다.
 수도권 주말 고속도로는 텅 빈 듯했고, 유명 관광지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국적 항공사들은 무더기 예약 취소 사태에 이러다 그냥 앉은 채로 망하겠다며 울상이었다. 병을 고치러 가는 병원 응급실이 발병 숙주 역할을 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도 보게 됐다. 일상생활 곳곳에서 마비 현상이 빚어졌다.
 메르스 유행은 우리나라 보건의료 체계가 얼마나 취약한지 한눈에 보여줬다. 방역 시스템의 부끄러운 민낯을 드러냈고 일개 감염병에 온 나라가 일시에 올스톱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정부는 뒤늦게나마 국내 방역체제 정비를 서둘렀다. 후속 대책으로 질병관리본부장을 국장급에서 차관급으로 올렸고 24시간 가동할 수 있는 긴급상황실과 신속대응팀을 꾸렸다.
 역학 조사관 수를 크게 늘리도록 법률을 정비했고, 바이러스가 외부로 퍼지지 못하도록 병실 내부 기압을 인위적으로 떨어뜨리는 음압 격리병상 같은 인프라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정부 차원의 보건 시스템 정비 노력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 3월 국내서 첫 발생한 지카 바이러스는 우리 방역체계가 여전히 허점을 안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국내 지카 바이러스 환자가 처음 병원에 왔을 당시 제대로 걸러지지 못했다.

 신고 지침상의 증상 내용이 애매한 데다 위험지역 여행 이력 안내 시스템이 작동하지 못해 해당 환자가 방문한 국가가 긴급 방역 적용 대상에 올라있지 않았던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중동에서 온 메르스 의심 환자가 병원 밖에서 무려 8시간 동안 통제를 벗어나 거리를 활보한 일이 발생했다. 발병과 신고, 응급 처치와 격리, 대국민 안내 등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모양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한 국제심포지엄에서는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급속히 확산했던 싱가포르의 사례가 소개돼 주목받았다. 당시 싱가포르는 우리와마찬가지로 신종 감염병에 대한 대비가 전무했다.
 잠복기와 증상, 전파경로 등 사스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다만 그 이후가 달랐다. 싱가포르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강력한 통제 체계를 갖췄다고 한다. 환자 이동 경로, 사용한 보호장비 처리, 사망자 처리 등 관련 매뉴얼을 완성했고 메르스의 경우 현재까지 감염자가 단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작년에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고 사투를 벌인 경험이 있는 환자들이 모여 신종 감염병 대책을 논의하는 국민토론회가 메르스 사태 1주년인 20일 열린다. 토론회에는 음압 격리병실에서 치료받았던 메르스 환자 3명이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나온다.
 환자뿐 아니라 의사와 간호사들이 함께 질병 관리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든 국민이 건강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공공과 민간 부문이 밀착 연대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보건의료 체제를 이젠 제대로 갖출 시점이 온 것 같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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