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의 문짝
  • 김용언
의원님의 문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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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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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벼슬하고 감투쓰면 남 앞에서 우쭐대고 으쓱거리고 싶어하는 것은 누구나 다를 게 없는 마음일 것 같다. 더구나 출세길이라고는 벼슬살이밖에 없던 옛날에는 벼슬아치들의 횡포가 새삼스러운 얘기도 아니다. 때문에 벼슬을 돈 주고 사는 일도 흔했다. 홍명희의 ‘임꺽정’에 벼슬장사가 나온다. “원형이 벼슬장사에 날도적까지 겸하여 불과 오륙 년간에 긁어모은 재물이 벌써 일국의 으뜸될 만하였다.”
어찌 됐건 벼슬아치가 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이었을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저마다 달랐겠지만 길게 호령 뽑고 목청껏 호통쳐보는 것이었을 사람도 없지 않았을 게다. ‘여봐란 듯이’라는 우리말이 생각나서 해보는 소리다. 온갖 고생 끝에 감투쓰기에 성공하면 “여봐라” 해가며 떵떵거려보는 맛이 일품이었을 것 같기도 해서다.

요즘들어 지방의회 의원들의 못난 행실이 자주 도마에 오르고 있다. 월권(越權)행위도 있고, 남의 재물에 손대는 짓을 하기도 했대서 기삿거리가 되고 있다. 지자체 예산으로 사유지에 농로내고 포장하기, 기한 끝난 시립묘지에 매장할 수 있도록 압력넣기 같은 일도 있다. 좀스럽기는 하지만 남의 물건을 슬쩍한 사례도 있다. 음식점에 밥먹으러 가서 분재를 훔친 일은 너무나 널리 알려진 사례다. 
이번엔 군의원이 80만원 쯤하는 문짝과 창틀을 훔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는 일이 벌어졌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경찰 조사가 진전되면 밝혀질 테니 기다려보면 알게 될 일이다. ‘도둑질을 하더라도 사모(紗帽)바람에 거드럭거린다’는 옛말이 있다. 못된 짓을 하고서도 벼슬을 하는 유세로 도리어 뽐내며 남을 야단친다는 뜻이다. 요즘은 세상이 달라져서 사모바람에 거드럭거릴  경우는 거의 없다. 문짝에 얽힌 사유는 어쨌건 현재 감투를 쓴 처지이고 보니 쑥덕공론에 ‘의원님’의 체면이 많이도 구겨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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