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5박 6일 방한’ 이 남긴 것
  • 한동윤
반기문 ‘5박 6일 방한’ 이 남긴 것
  • 한동윤
  • 승인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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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5박 6일의 방한 일정을 마치고 엊그제(지난달 30일) 출국했다. 모처럼 길게 이어진 그의 이번 고국 나들이는 잘 짜여진 각본, 그리고 그 시나리오가 불러올 효과까지를 정밀하게 예측한 가운데 이뤄진 ‘기획 방한’(訪韓)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박 6일동안 언론은 그의 입과 발을 소개하는 데 전력을 쏟아야 했다.
그야말로 ‘반기문 신드롬’이 나타났다. 반 총장은 제주도 땅을 밟자마자 관훈클럽 간담회에서 거침없이 대권도전 의사를 피력했다.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한국 시민으로서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는 (임기종료 후) 가서 고민·결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사무총장 역할에 전념하도록 도와 달라”며 대권에 관한 질문에 손사래쳤던 모습과 전혀 다르다. 반 총장이 참석한 제주포럼 대회장에는 반 총장을 만나거나 보기 위해 달려온 충청권 인사들로 넘쳐났다. “제주포럼이 아니라 충청포럼”이라는 농담이 오갈 정도였다. ‘충청 대망론=반기문’이라는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반 총장은 제주 포럼에 이어 일본에서 열린 G7정상회의에  참석하고 다시 돌아와  서울-경기 고양-경북 안동-경북 경주-서울을 누볐다. 대권후보의 예비 행보와 다를 게 없다. 이만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고보면 자신의 발언을 확대해석하지 말아달란다고 고분고분 말을 듣는 게 이상할 정도다.
반 총장의 첫 국내인사 면담은 지난달 28일 김종필(JP) 전 자민련 총재의 서울 신당동 자택을 방문에서 이뤄졌다. 30분간 배석자 없이 대화를 나눈 뒤 JP는 “비밀 얘기만 나눴다”고 말했다. 차기 대선에 관한 얘기가 오갔을 것이라는 게 정확한 분석이다.

그 다음날 반 총장은 안동 하회마을로 이동해 서애 류성룡 선생 고택 충효당 등을 둘러봤다. 반 총장은 고택에서 주목을 기념식수했다. 류왕근 하회마을 보존회 이사장은 “주목은 나무 중의 제왕으로 사계절 내내 푸름을 유지하는 장수목이자 으뜸목”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방명록에 ‘서애 류성룡 선생님의 조국에 대한 깊은 사랑과 투철한 사명감을 우리 모두 기려 나가기를 빕니다’라고 적었다. 관훈클럽에서 “국가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그런 뒤 예정에 없던 경북도 신청사에도 들렀다.
반 총장의 경북 방문과 류성룡 선생 고택 방문, 주목 식수, 경북 신도청 방문이 이어지자 당장 내년 대선의 ‘충청·TK 연합’이라는 평가가 따랐다. 대선주자가 없는 새누리당이 반 총장과 손잡음으로써 대구· 경북-충청 연대가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막강한 정치세력이 구축된다. 반 총장은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해 정·관계, 언론계, 재계, 지역인사 등도 폭넓게 만났다. 김종필·고건·노신영·이현재·이홍구·한승수 등 국무총리 출신 인사만 6명이나 포함됐다. 새누리당에서 정진석 원내대표, 김광림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총장 대행,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김세연·김석기·김정재 의원 등을 만났다.
반 총장의 5박 6일 방한 결과는 여론조사가 말해준다. 중앙일보 조사에서 반 총장은 28.4%로 문재인(16.2%), 안철수(11.9%)를 압도했다. 문·안 두 사람을 합해도 반 총장을 밑돈다. 반기문·문재인·안철수 가상 3자 대결에서 반 총장은 45.7%의 지지를 얻어 문(24.6%), 안(20.1%)을 능가했다. 양자대결은 말할 것도 없다. 반기문·문재인 57.2% 대32.5%, 반기문·안철수 56.1% 대 32.2%다. 문재인은 호남에서도 반 총장에 밀렸다.
반 총장의 5박 6일 방한으로 반기문 대망론에 불이 붙자 반 총장 흠집내기가 시작됐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원내대표가 기자들에게 ’반기문 대통령 재앙’ ‘시궁창’을 들먹이며 자기 얼굴에 침을 뱉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유엔사무총장은 퇴임 후 정부직에 나가지 않는다’는 사문화된 유엔 결의를 들먹이며 반 총장에게 제동을 걸었다. 박 시장의 대선후보 지지도는 7.2%에 불과하다.
반 총장이 내년 대선에 실제로 출마할지는 아직 모른다. 또 출마한다고 당선될지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게 있기는 하다. 반 총장에 대한 국민 지지가 높은 것은 하수처리장같은 ‘여의도’의 막장 정치에 대한 실망과 분노 때문이란 점이다. 반 총장 대망론을 꺾으려면 ‘여의도 종말처리장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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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2016-06-01 02:39:38
역대 최악의 유엔 사무총장.
원래 능력 없는 사람들이 기회주의자가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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