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회계를 감사하고도 대규모 분식회계나 부실을 적발해내지 못한 회계법인들에 대해 철퇴가 내려졌다.
금융위원회는 부실감사를 한 회계법인의 대표이사에게 책임을 물어 공인회계사 자격을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초강경 입법을추진 중이다. 이런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최근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통과해 올해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 같은 고강도 제재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막대한 국민 혈세가 투입되는 부실기업 구조조정 와중에서회계법인들이 회계조작 기업을 감사하고도 정상기업이라고 판정하는 등 분식회계를 눈감아주거나 감사 대상 기업과 유착한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구조조정의 ‘뇌관’인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 4409억원, 2014년 4711억원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지만, 실제로는 각각 7784억원, 7429억원의 적자를 봤다. 회계감사를 맡았던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몇 년 동안 ‘적정’ 의견을 내다 올해 3월에야 대우조선의 작년도 영업손실 5조5000억원 중 2조 원을 2013~2014 회계연도 재무제표에 반영했어야 했다고 정정했다.
삼일회계법인의 안경태 회장은 한진해운의자율협약 신청 직전 한진해운 주식을 팔아치워 ‘먹튀’ 논란을 빚고 있는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3월에는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이른바 ‘빅4’를 포함한 다수의 회계법인 소속 공인회계사 20~30명이 관련 법률을 어기고 감사 대상 기업의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적발됐다. 지난해에는 회계사 30여 명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하거나 지인들에게 정보를 유출하다 검찰에 적발됐다.
분식을 묵인한 회계법인의 감사를 믿고 투자를 하거나 돈을 빌려준 투자자들과 금융기관은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회계법인들이 기업 부실에 대해 ‘사전 경고음’을 내지 못한 결과 기업 부실은 눈덩이처럼 커져 국민 혈세 투입이 불가피한 지경에 이르렀다.
대우조선은 1987년부터 지금까지 공적자금과 국책은행 자금 6조5000억원이 지원됐다. 천문학적 자금이 투입됐지만, 회사 경영은 갈수록 나빠져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308.5%에 달했고 2013~2015년 3년간 누적 적자는 4조4585억원에 이른다.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는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주식회사 제도를 지탱하는 한 축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기업들이 회계사를 지정하는 바람에 회계사들이 기업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회계법인들은 저가 수임 경쟁의 결과 기업 감사에 적정한 인력과 시간을 투입하지 못해 부실감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의 ‘2016년 국가경쟁력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은 회계 투명성이 61개 국가 중 61위로 꼴찌였다. 기업 부실과 관련해 회계사의 공동책임론이 나오지 않도록 저질, 부실감사가 근절돼야 하고 이를 위해 법과 제도가 정비돼야 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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