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오찬 석 달만 빨리 했어도…
  • 한동윤
청와대 오찬 석 달만 빨리 했어도…
  • 한동윤
  • 승인 2016.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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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소속의원 전원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은 행사가 있기 전부터 화제가 됐다. 과연 유승민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복당 의원’들과 어떤 식으로 만날지, 유승민 의원과 따로 만날지, 만나면 무슨 얘기를 나눌지…. 모든 게 궁금했고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소속의원 전원을 초청하기로 결심하면서 유 의원 등과 만날 때의 관계 설정과 감정 처리에 관한 생각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이날 오찬 행사 종료 이후 행사장 출입문에서 선 채 떠나는 의원 모두와 악수를 한 것은 유 의원과의 ‘상봉’(相逢)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의원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면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과 단순히 ‘악수’를 한 것만은 아니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과 약 ‘35초’ 정도 인사를 나눴다고 한다. 민경욱 원내대변인은 “뒤에서 봤을 때 유 의원의 뒷모습과 박 대통령의 앞모습이 보였는데 박 대통령이 양 손짓을 섞어가면서 진지한 말씀을 나누셨다”고 전했다.
‘35초’면 꽤 긴 시간이다. 100명이 넘는 새누리당 의원마다 ‘35초’씩 악수하고 대화했다면 ‘1시간’ 가까이 걸린다. 대통령에게는 금쪽같은 시간이다. 박 대통령이 유 의원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은 유 의원에게 먼저 “아유 오랜만에 뵙습니다”라고 손을 내밀고 인사를 건넸으며, 유 의원도 정중히 악수하고 대구와 K-2 공항 얘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유 의원을 향해 “배신의 정치” “국민이 심판해야 한다”고 쏘아 붙였던 일과 비교하면 180도 다른 분위기다. 박 대통령은 김무성 전 대표에게도 악수하며 “여름 휴가 계획은 있느냐”며 인사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8일 청와대 오찬은 4·13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지 3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총선 패배 후 난파선처럼 표류해온 새누리당의 ‘집권당’이라는 사실을 ‘간신히’ 확인시켜준 자리다. ‘국회의장’ 자리까지 야당에 넘겨준 새누리당이 “아직도 대통령이 속한 여당이구나”라는 현실을 일깨워준 행사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랬다면 어땠을까? 총선전 서너 달 전 쯤 먼저 새누리당 의원들을 청와대에 초청한다. 정상외교를 위해 거의 두 달에 한 번 꼴로 외국을 순방했으니 ‘정상외교 보고회’라는 명분을 달아도 좋다. 새누리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법 개정 등으로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어렵게 만들었던 유승민 의원과, 외국에 나가 “개헌 봇물” 발언을 해 대통령 심기를 건드린 김무성 대표를 가까이 하면서 오히려 ‘따뜻하게’ 감쌌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유 의원은 박 대통령을 힘들게 한 자신의 행동을 뒤돌아봤을 것이고, 김 대표는 “개헌 봇물”에 대해 거듭 사과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새누리당 ‘막장’ 공천 난투극은 없었을 것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청와대에서 보낸 ‘완장’(腕章)을 차고 조자룡 헌칼 휘두르듯 ‘비박 학살’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유승민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김무성 대표가 ‘옥새’를 들고 영도다리로 튀는 일은 말할 것도 없다.
그렇게 됐으면 새누리당의 ‘대승‘(大勝)은 따놓은 당상이었을 게다. 야당은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으로 분열됐다. 더구나 더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으로 발칵 뒤집혔고 김 대표는 당무 거부로 집에서 나오지 않는 등 지리멸렬이었다. 아마도 새누리당이 국회의석의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은 ‘레임덕 없는’ 대통령이 됐을 것이고 나라도 좀 더 조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그러지 않았다. 총선에서 ‘박살’나고서야 새누리당 소속의원들을 청와대로 불렀고, 유승민·김무성 의원과 손을 잡았다. 과거를 후회하는 것처럼 딱하고 부질없는 일은 없다. 그러나 요즘 국회에서 야당 초선의원들의 가벼운 처신을 접할 때마다 청와대와 박 대통령이 원망스러워 진다. 그 때 왜 그러지 않았을까? 지금부터라도 잘했으면 좋겠다. 박 대통령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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