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가습기 살균제 배상안 진정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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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가습기 살균제 배상안 진정성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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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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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는 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를 대상으로 배상 신청 접수에 들어갔다.
 자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에 최대 3억5000만~5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최종 배상안을 전날 발표한 데 이은 후속 절차다. 이번 배상안은 2011년 8월 우리 정부 당국이 가습기 살균제를 폐질환 원인으로 지목한 지 5년 만에 나온 것인데 가습기 살균제는 이미 1994년부터 출시돼 20년 이상 심각한 피해를 유발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너무도 때늦은 배상 결정이다.
 가습기 살균제의 독성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수많은 소비자가 폐질환으로 사망하거나 지금껏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점에 비춰보면 옥시의 이번 결정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의 종결이 될 순 없다. 옥시가 제시한 위자료부터가 문제다. 옥시의 위자료는 현재 우리 법원이 고의성 짙은 기업 범죄의 피해자가 배상받을 수 있도록 추진 중인 배상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옥시가 소비자들을 ‘저가 매수’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은 지난달 전국 민사법관 포럼을 통해 기업의 위법행위에 따른 사망 위자료를 1억원 안팎에서 2억~3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기업의 고의나 중과실이 확인될 경우 기준 금액에서 1.5~2.5배를 가산하고 추가로 50% 증액할 수 있게 했다.
 증액 조건을 적용하면 옥시의 최종 위자료는 11억2500만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옥시 배상액은 법원이 결정할 수 있는 배상 규모에 크게 미달하는 것이다.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는 모든 증액 요건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배상액의 적절성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더욱이 옥시의 배상은 살균제 피해 가능성이 거의 확실하거나(1급), 가능성이 높다(2급)는 판정을 받은 경우에 한정돼 있다.

 피해자 모임 측은 옥시 배상안에 대한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력히 반발했다. 옥시 배상안이 피해자 전체가 아닌 일부에 대한 것인데다 옥시 측이 사전 합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한 일이어서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옥시의 배상 결정이 여론의 질타를 조기에 모면해 보려는 얄팍한 술책이 아니길 바란다. 옥시의 영국 본사 차원에서는 공식 사과나 진정성 있는 해명이 나온 적도 없다.
 배상 신청 접수가 시작된 이 날 서울중앙지법에선 신현우 옥시 전 대표에 대한 공판이 열렸는데 신 전 대표는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잘못을 인정해 배상을 하겠다면서도 혐의는 없다고 주장한 꼴인데 옥시 측이 배상안을 내세워 재판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꼼수를 부리는 게 아닌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주요 범죄 혐의는 업무상 과실치사상 또는 사기죄로 진상 규명 및 단죄 작업은 이제 시작이다.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일벌백계로 처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의적 인명 피해를 유발한 기업은 시장에서 영구 퇴출해야 한다고 본다.
 공소장에는 살균제의 안전성 검사도 없이 제품을 팔아 73명을 사망에 이르게 하고 108명에게 폐 손상 등 피해를 유발했다는 등의 내용이 적시돼 있다. 가습기 살균제 파문은 적당한 선에서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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