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사학 이화여자대학교가 직장인을대상으로 한 평생교육 단과대학의 설립 문제를 두고 심각한 내홍에 빠져들었다.
교육부 지원사업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은 지난달 28일부터 대학 본관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농성 사흘째였던 지난달 30일에는 학교 측의 요청으로 1600여명이나 되는 경찰 병력이 투입돼 ‘감금’됐다고 주장한 교수와 교직원 등 5명을 ‘구출’하기도 했다.
경찰 병력의 투입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농성이 수그러들기는커녕 1일 오전 현재 이 대학 본관에는 사태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700여명(경찰 추산)의 학생들이 본관 건물 1층과 계단을 점거하고 있고 농성 학생의 수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학생들 가운데 ‘감금 행위 주동자들’을 가려내 이른 시일 안에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혀 이 사태가 형사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커졌다.
갈등의 발단이 된 미래라이프대학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했다가 뒤늦게 대학에 진학하는 사람이나 성인이 된 뒤 대학에 다니려는 사람들을 위한 단과대학이다. 미디어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뉴미디어산업전공과 건강·영양·패션을 다루는 웰니스산업전공 등의 과정을 운영하며 정원은 150여명이다.
지난 5월 교육부의 평생교육 단과대학 사업에 참여해 선정된 이화여대는 9월부터 학생을 모집해 2017학년부터 4년제 학위과정을 운영할 예정이다. 미래라이프대학 설립에 관해 학교 측과 반대하는 학생들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반면에 학교 측은 “입학을 철저하고 투명하게 관리하고 양질의 교육과정을 준비해 자질과 능력을 갖춘 졸업생을 배출할 계획”이라며 “고등교육을 받을 능력을 갖춘 고졸 직장인에게 진학의 길을 열어주자는 취지를 학생들이 오해하고 있다”고 말한다.
굳이 학교 측의 해명을 들지 않더라도 사회에 진출한 여성에게 고등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명분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대학은 군대나 사기업과 같이 지도자가 결정을 하면 구성원들이 일사불란하게 뒤를 따르는 조직과는 의사결정의 방식이 달라야 한다.
미래라이프대학 사업 역시 대학 당국이 학생, 교수, 동문 등 대학의 구성원들에게 사전에 충분히 설명해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순리였다. 학생들의 대응 역시 문제가 있다.
학교 측에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이해할 만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학교 설립자의 동상을 훼손하고 농성 중 교수와 교직원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지성적 행위까지 정당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학교 당국과 학생들은 이제부터라도 현안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해 합의를 도출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경찰도 학내 문제에 섣불리 개입해 사태를 격화하는 것보다는 학내 구성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주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감금’ 혐의에 대한 형사적 처리는 모두의 흥분이 가라앉고 사태 해결의 가닥이 잡힌 후에 본격 착수한다고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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