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에서 재연되는 ‘규제 악몽’
  • 한동윤
20대 국회에서 재연되는 ‘규제 악몽’
  • 한동윤
  • 승인 2016.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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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20대 국회가 출범한지 3개월이 지났다. 불과 3개월동안 국회에 발의된 법안이 1311건이다. 놀라운 수치다. 300명의 국회의원 1명 당 평균 4건 넘는 법안을 발의했다는 계산이다. 수치로만 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이 밤잠도 제대로  안 자고 법안을 발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입법부’ 소속 국회의원들의 활발한 법안 발의는 국회의원들의 본업이기도 하고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학계와 재계, 사회단체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국회의 무더기 법안 발의를 지켜보고 있다. 1311건의 법안 가운데 경제 규제 법안이 144건이나 포함돼 있어서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일자리 3만 개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비명이다. 기업 등 경제 관련 규제 법안 144건에 행정 등 일반규제까지 더하면 규제 관련 법안 수는 전체의 17.23%인 226건이나 된다. 국회가 이같은 속도로 각종 규제 법안을 양산할 경우 1년 동안 무려 18만 개의 일자리가 허공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특히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앞다투듯 쏟아낸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을 비롯해 근로기준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법, 파견근로자 보호법, 생명안전업무종사자 직접고용법 등 노동 관련 법안 대다수가 기업 부담을 늘려 결국 국내 일자리 창출을 위축시킬 것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대부분 법안이 ‘근로자 보호’를 내세우지만 근로자 고용을 강제하거나 해고 요건을 엄격하게 함으로써 기업 부담을 늘려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결국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여력을 박탈하기 때문이다. 눈앞의 ‘근로자 이익’에 매달리다 자라나는 자식들의 일자리를 놓치는 교각살우(矯角殺牛)라는 걱정이다.
일례로 청년고용촉진특별법은 청년층 고용을 늘린다는 취지로 발의됐다. 일정 규모 이상 민간기업에 매년 전체 정원의 3~5%에 달하는 청년 신규채용을 의무화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안 취지대로 기업이 매년 정원의 3~5%를 채용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 지속 성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올 1분기 대기업 평균 매출액 증가율이 -2.9%다. 의무적으로 3~5%의 청년 신규채용 의무를 지키려면 기업은 도산하고 말 것이다. 기업이 파산하면 기왕에 있던 일자리까지 사라진다. 벌금 납부를 피하기 위해 청년층 고용을 늘리는 대신 비청년층 고용을 줄이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높다. 일자리의 수준 저하다. 새누리당 모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전통상인과 중소상공인들을 지키기 위해 매장의 출점 제한 및 각종 제약을 가하는 게 골자다. 대형 유통업체 매장 확대를 막고 영업을 제한해 전통상인을 돕겠다는 취지는 좋다. 그러나 대형유통업체에 납품하는 협력업체와 납품 농어민, 입점업체 등 사회적 약자에는 눈을 감은 ‘사팔뜨기’ 법안이라는 혹평을 듣는다. 이 법안이 현실화 되면 피해 규모만 연간 5조4000억원이나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 분석이다.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단축하는 것은 근로자 복지를 위해 바람직하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역시 마찬가지다. 국회에 발의된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이런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근로시간을 단축하면 당장 생산성이 떨어져 영세 기업의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그만큼 근로자를 더 고용해야 하지만 그럴 여력도 없다. 경영상 해고 요건을 강화하는 것도 일자리의 모태인 기업 사정을 감안하지 않은 우격다짐식 입법이다. 근로자를 경영주의 자의적 ‘해고’로부터 보호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경영실적에 따라 신축성 있게 근로자를 고용해야 하는 경영자 로서는 그 자체가 불안요소다.
오정근 건국대 IT금융학과 특임교수는 “법안 1건당 여러 건의 규제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제출된 법안으로 최소 700여 건의 새 규제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그는 “규제 증가가 투자 감소로 이어지면 GDP 감소와 경제성장률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종착점은 일자리 감소”라고 강조했다. 20대 국회에는 ‘경제민주화’의 반(反) 시장적 구호가 지배하고 있다. 대기업은 ‘악’(惡)이고 근로자는 무조건 ‘선’(善)이라는 인식이 밑바닥에 깔려 있다. 그러나 ‘일자리’는 기업이 존재할 때 유지되고 창출되 것이다. 근로자를 눈 앞의 ‘표’(票)로 간주하고 기업을 옥조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일자리를 날린다면 그야말로 교각살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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