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자란 줄 알았던 청춘들의 설익은 사랑 이야기
  • 이경관기자
다 자란 줄 알았던 청춘들의 설익은 사랑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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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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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젊은 작가 신이우 장편소설 ‘약속의 날’ 국내 출간 인기

[경북도민일보 = 이경관기자] 사랑의 진정한 의미도 잃은채 현실에 쫓기는 이 시대 청춘들에게, 자신과 또 다른 청춘의 이야기는 위로가 된다.
 중국의 젊은 작가 신이우의 장편소설 ‘약속의 날’이 최근 국내 출간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사랑은 욕망에서 시작해 책임으로 귀속된다. 그러나 이 명제의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펑란에게 결혼이란 닫힌 문과 같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기를 갈망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열쇠를 찾아야만 했다. 이 열쇠란 바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 그 자체였다. 약간의 떨림이라도 좋았다. 문을 연 후에는 쓸모없어지고 언젠가 잃어버릴지라도, 그 열쇠를 꼭 쥐고 있어야만 했다. 그래야만 결혼 후의 평범하고 세속적인 여정을 계속할 수 있을 테니까.”(196쪽)
 서른 여섯의 신이우 작가는 ‘현실성’과 ‘동시대성’을 작품에 투영, 21세기 지금을 살아가는 청춘의 ‘있는 그대로’를 비춘다.
 소설은 나이 서른을 앞둔‘펑란’의 이야기다.
 빠지지 않는 외모에, 잘나가는 회사도 다녀봤고 지금은 태국 음식점을 운영하는 당당하고 독립적인 이 시대의 현대 여성의 삶을 살고 있는 평란.
 그러던 어느 날,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갖자던 남자친구가 문자메시지로 다른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알려온다. 혼란스러운 와중에 펑란의 레스토랑엔 알 수 없는 과거와 모종의 비밀에 둘러싸인 연하남 ‘딩샤오예’가 종업원으로 들어오고, 펑란은 대책 없이 그에게 빠져들면서 자신도 몰랐던 스스로의 모습과 맞닥뜨리기 시작한다.

 펑란은 지금껏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여자였지만 딩샤오예 앞에선 제어가 되지 않는다.
 특히 전 남자친구의 결혼식에서 한바탕 사건을 치른 뒤부터는 더욱 그렇다. 딩샤오예를 끌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전 남자친구를 옴팡지게 때려준 것. 술기운을 빌려 감행한 우발적인 복수이긴 했지만 펑란은 마음 한구석이 뻥 뚫리는 해방감을 느꼈다.
 그 일 이후로, 본격적인 탐색과 적극적인 구애에 돌입한 펑란. 그를 향한 감정이 광활한 벌판을 떠도는 맹수가 갖고 있는 힘처럼 강렬하게 느껴진다. 한 입을 먹고 반해버린 카레 게 볶음을 물릴 때까지 먹고 다음부턴 먹지 않았던 경험을 살려 딩샤오예를 눈앞에 두고 오 분 동안 ‘굶주린 눈빛’으로 뚫어지게 쳐다보는가 하면 만원버스 안에서 먼저 입맞춤을 하는 등 다소 독특하고 서툰 방법으로 그에게 접근한다.
 펑란은 자신도 몰랐던 모습을 수면 위로 끌어낸 이 남자가 누구인지, 어떤 방법을 쓰고 있는지 곰곰 들여다본다. 상대를 기쁘게 해주려 사치스러운 선물을 주었을 때 다른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뿐이지만, 딩샤오예는 감정을 전혀 꾸며내지 않았었다. 딩샤오예가 스스럼없이 값비싼 선물을 받았던 건, 그것을 한 여자의 가장 평범한 사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로 펑란은 딩샤오예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설익은 사랑의 방식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느꼈고 기꺼이 그를 위해 자신을 내걸 수 있다고 결론 내렸다.
 “진정한 적수는 하나뿐이다. 그건 바로 딩샤오예의 알 수 없는 ‘마음’이었다.”(362쪽)
 딩샤오예에게는 이런 펑란의 진심을 완벽히 껴안을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딩샤오예는 범죄 조직의 보스였던 아버지의 누명을 뒤집어쓴 도망자 신분이었던 것. 딩샤오예라는 이름도 누군가의 신상을 가로챈 것일 뿐이었다. 딩샤오예는 자신의 신원이 발각되면 펑란이 상처를 입고 피해를 줄까 걱정하여 그녀를 멀리했다.
 신이우의 장편소설 ‘약속의 날’은 다 자란 줄 알았던 청춘들의 설익은 사랑 이야기이다.
 또 서툴지만 용기 있게 삶을 향해 다시 나아가는 이 시대 청춘들에 대한 위로이며 격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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