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친노’ 향한 마지막 충고
  • 한동윤
김종인의 ‘친노’ 향한 마지막 충고
  • 한동윤
  • 승인 2016.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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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는 27일 전당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면 2선으로 물러난다. 4월 총선 직전 문재인 대표에 의해 영입된 김 대표가 총선 승리를 이끌어내고 5개월만에 물러나는 것이다. 전두환 장군의 ‘국보위’에서 출발한 그의 정치 역정이 민정당 등을 거쳐 제1야당 비대위대표에서 일단 ‘쉼표’를 찍는 셈이다.
김 대표의 더민주당내 위상은 매우 독특했다. 투쟁적이고 거센 ‘친노’ 세력이 그 앞에선  숨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했고, 공천과정에서 이해찬은 물론 ‘막말도사’ 정청래를 가차없이 탈락시켰어도 큰 저항을 받지 않았다. ‘비례대표 2번 셀프공천’에 대한 친노 반발도 당무 거부로 단칼에 제압했다.
그런 김 대표는 ‘단기필마’나 다름없다. 당에 들어왔을 때 그가 데리고 온 세력은 거의 없다. 비례대표 공천에 몇 몇을 공천한 게 전부다. 그런데도 거의 전권을 휘둘렀다. 문 전 대표의 총선 지원활동에 제동을 걸었다. 김 대표는 문 전 대표의 대권후보 위상도 깔아뭉갰다. “지금의 지지도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했다.
한편으로 그의 라이벌인 손학규 전 의원에게 ‘정계복귀’를 여러 차례 촉구했다.
김 대표 저력은 ‘사드’에서 나왔다. 국민의당이 먼저 ‘사드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지만 더민주당은 아직 당론이 없다. “사드는 반대하고 찬성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김 대표의 일갈(一喝) 때문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형님(김 대표) 소속 새누리당인가”라고 모욕해도 꿈쩍하지 않는다. ‘친노’ ‘운동권’이 몰린 더민주당이 ‘사드 반대’ 당론을 채택하지 않은 것은 기적같은 일이다.

이런 김 대표가 27일 떠난다. 김 대표 퇴임 이후 더민주당이 어디로 갈지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대표 경선에 나선 추미애·김상곤·이종걸 3인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들은 모두 ‘사드 반대’다. 뿐만 아니라 김상곤·이종걸 후보 입에서 ‘박근혜 탄핵’ 소리까지 나왔다. 누가 대표가 돼도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당으로 회귀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가 퇴임을 앞두고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시대가 예전처럼 이념에 사로잡혀 있을 때에는 정체성이라는 말이 맞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해서는 영원히 집권을 못한다”고 입바른 소리를 한 건 자신의 퇴임 후 더민주당 진로에 대한 심각한 우려로 보인다. 그는 최근 강령에서 ‘노동자’ 표현 삭제를 둘러싼 당의 정체성 논란과 관련, “‘노동자’라는 단어 하나 빠진 것 갖고 난리치는 정당으로는 안된다”며 “웬 놈의 정체성이 그렇게 많으냐”고 일갈했다. “정당의 최고가치는 집권이다. 서구 사회주의정당들도 이데올로기에 잡혀있다가 대중정당으로 변모했기 때문에 집권이 가능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8·27 전대 이후 더민주당 체제에 대해 “패권주의 부활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특정세력이 당을 완전 장악해 빠른 시일 내 대권후보를 확정지어야겠다는 체제로 가지 않나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친노’가 문재인 전 대표를 조속히 ‘대선후보’로 확정해 밀어붙일 것이라는 단언이다.
‘사드’ 논란과 관련해 그는 “가장 반미를 부르짖던 노무현 정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관철시켰는가. 이라크 파병도 안한다고 하다가 할 수밖에 없었던 것 아니냐”라며 “사드를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당의 주류로 있는 노무현정부 사람들이 그 때를 회상해 보면 쉬울 것”이라고 충고했다.
김 대표의 고별 인터뷰는 더민주에게는 고언(苦言)이다. 그러나 김 대표가 걱정하듯 자신이 물러난 뒤 그 고언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김 대표가 “(친노) 패권주의 부활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한 것은 이 때문이다.
김 대표는 더민주당 총선 승리의 일등공신이다. 결국 더민주당은 김 대표의 공로에 힘입어 ‘친노 패권주의’가 부활되는 당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김 대표는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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