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 둥지 튼 석유탐사선 ‘탐해2호’
  • 한동윤
포항에 둥지 튼 석유탐사선 ‘탐해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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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6.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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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1974년에 1차 오일 쇼크가 겨우 기지개를 켜던 경제를 강타하자 우리나라에도 석유가 있지 않을까 하는 간절함이 석유탐사를 부추겼다. 박정희 대통령은 중앙정보부를 앞세워 비밀리에 해저 석유 탐사에 나섰다. 그 중 가장 유력한 곳으로 낙점된 곳이 포항 앞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했다.
삼국유사에 ‘경주지방에서 사흘 동안이나 불길이 솟았다’는 기록이 있다. 또 지질 조사 결과 포항 지역이 석유 부존 가능성이 높은 제3기층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중앙정보부는 석유탐사단을 구성하고 포항 앞바다를 뚫기 시작했다. 그러나 A공은 지하 1150m, B공은 지하 1400m에서 막히고 말았다. 그 아래는 화강암과 마그마가 존재하기 때문에 석유가 나올 가능성은 없었다.
중앙정보부가 포기할 즈음, B공에서 시커먼 액체가 솟아나오기 시작했다. 이 사실은 청와대로 보고되었고 샘플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전해졌다. 정부 각료들은 모두 기뻐했고, 직접 맛을 보기도 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급히 오원철 경제수석을 불러 기름을 붓고 불을 붙여 보았다. 불이 붙었지만 ‘원유’와 같은 불꽃이 아니었다. 검사 결과 석유가 땅에 스며들어서 지하수를 타고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는 미국 칼텍스 쪽으로 보내서 그걸 시험하게 했다. 분석 결과 이건 원유가 아니라 경유라는 판정이 나왔다. “산유국이 됐다”는 기쁨은 순간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로부터 42년이 지난 8월 17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 건조한 국내 유일 물리탐사연구선 ‘탐해2호’가 한반도 인근 해저지질도 작성과 ‘석유가스 자원’ 탐사를 위해 포항에서 취항했다. 전용 부두가 없어 임시로 창원시 진해구에 머물렀던 탐해2호가 포항에 전용부두까지 마련돼 탐사에 나선 것이다. 2085t급 탐해2호는 1996년부터 한반도 인근 해저지질도 작성과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자원 탐사를 진행해 왔다.
탐해2호 포항 취항과 관련해 ‘조선비즈’는 22일 특집을 꾸몄다. 탐해2호의 모항이 된 포항으로서는 ‘탐해2호’가 42년 전 물거품이 된 ‘산유국’의 꿈을 혹시라도 실현시켜줄지 가슴이 두근거린다. 탐해2호에 부여된 ‘석유가스 자원 탐사’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지질자원연구원은 올 3월 포항시에서 유치한 연구시설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포항지질자원실증연구센터와 함께 고부가가치 소재 연구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포항 주변 해양에서 풍부한 점토광물을 탐해2호를 활용해 탐사하고 의약품, 화장품 등 고부가가치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다. 지질자원연구원은 탐해2호 취항에 이어 탐해2호의 2배 이상 규모인 5000t급 탐해3호 건조도 추진하고 있다. 동해 석유자원 탐사가 대규모로 진행되는 것을 의미한다. 해저 지질 연구에는 주로 탄성파가 활용된다. 탄성파는 음파나 수면파, 지진파 등을 말하는데 진동의 형태로 해저 지질에 쏜 뒤 돌아오는 음원을 분석한다. 탄성파 음원을 분석하는 핵심 장비는 ‘스트리머’다. 지질자원연구원은 탐해3호에 6㎞ 길이의 스트리머를 8조(8개) 장착해 탐해2호에 비해 월등한 탐사능력을 갖춘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스트리머는 보통 선체 뒤편에 둘둘 말려있다가 탐사활동시에는 쭉 펼쳐 탄성파에서 전달되는 음원을 수신한다. 탐해2호에는 3㎞ 길이의 스트리머 2조(2개)가 장착돼 있다.
김규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장은 “포항과 주변 지역은 석유 매장 가능성이 큰 지층인 신생대 제3기층이 넓고 두껍게 분포해 있어 자원탐사에 유리한 지질학적 특성이 있다”며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자원 탐사와 점토광물 활용 연구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앞바다 석유’가 ‘희망고문’으로 끝나지 않고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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