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째 썩은 학교급식, 강력범죄로 다스려야
  • 연합뉴스
뿌리째 썩은 학교급식, 강력범죄로 다스려야
  • 연합뉴스
  • 승인 2016.08.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의 많은 초·중·고교 학생이 학교에서 비위생적인 식사를 하고 있었다. 가짜 유기농산물, 소독되지 않은 창고에 보관됐던 식재료, 축산물안전관리인증기준(HACCP) 마크가 허위로 부착된 축산물, 냉장육으로 포장된 냉동육이 급식으로 조리됐다.
 정부합동부패척결추진단이 23일 발표한 전국 학교급식 실태점검 결과는 충격적이다. 학교급식 식재료의 생산과 유통, 소비단계에서 677건의 법규 위반이 적발됐다. 생산과 유통단계에서 129개 업체 200여건, 소비단계에서 470여건이었다. 학교급식의 생산과 유통, 소비 과정이 어른들의 비리와 불법으로 얼룩졌다.
 법규 위반의 내용을 뜯어보면 학교급식에서 너무나 황당한 일들이 예사로 일어나는 동안 교육 당국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묻고 싶다. 경기도 하남시의 한 급식재료 생산업체는 곰팡이가 핀 일반감자를 부적합 지하수로 세척한 뒤 친환경감자와 혼합해 유기농감자 또는 무농약감자로 둔갑시켜 수도권 50여개 초중고교에 공급했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유통기한이 150일 이상 넘은 쇠고기가 조리돼 학생들에게 배식되기도 했다. 이렇게 관리가 허술하다 보니 학생들의 급식 위생은 엉망진창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부산의 한 여고에서는 학생 60여명이 식중독 증세를 보여 보건당국이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경북 봉화에서는 중·고교생 100여명, 서울 은평구에서도 중·고교생 400여명이 식중독 의심 증세를 보였다. 최근의 무더위 탓도 있었겠지만, 급식소의 비위생적 식재료 관리가 문제를 유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부실 급식 뒤에는 식재료 공급 업체와 학교 또는 급식 담당 영양사 등 사이에 검은 거래가 있었다. 학교급식 시장의 60%를 잡고 있는 동원·대상·CJ프레시웨이·풀무원의 자회사 푸드머스 등 4개 학교급식 업체는 최근 2년 동안 3000여개 학교에 16억원 상당의 상품권을 뿌린 의혹이 포착됐다.
 입찰 담합에는 전국에 걸쳐 54개 업체가 가담했다. 일부 학교는 급식과 관련 특혜성 수의계약을 하거나 급식 예산을 학교 공사에 전용한 사례도 있었다. 서울시교육청의 지난 5월 감사에서는 한 사립교급식운영에 재단 이사의 아들과 며느리, 손자까지 개입해 수천만원을 뜯어낸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전국 600여만명의 초·중·고교생이 학교급식을 받고 있다. 이들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급식의 위생 및 품질관리는 엄격하게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날 정부가 법질서·안전관계장관회의에서 발표한 대책은 신선도가 떨어지는데다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워 급식비리를 차단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전 감시와 단속은 촘촘해졌지만 사후 처벌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는 모호하다.
 학생들의 먹을거리와 관련한 비리는 강력범죄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작년 서울시교육청은 충암고 급식운영 실태 감사를 벌여 거액의 급식 예산을 빼돌린 혐의로 학교와 재단 고위층을 포함해 18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으나 급식용역업체 대표만 구속됐을 뿐 나머지는 불구속 또는 무혐의 처리된 바 있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로는 급식비리를 뿌리 뽑기 어렵다.
 범죄행위가 드러난 업체는 퇴출하고 관련자들은 단호하게 처벌해야 한다. 급식 업계나 학교의 기강을 세우지 않고는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 연합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