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수 노란” 여소야대 20대 국회
  • 한동윤
“싹수 노란” 여소야대 20대 국회
  • 한동윤
  • 승인 2016.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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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정세균 국회의장은 지난 1일 20대 국회 첫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폭탄’을 던졌다. “쓴 소리 좀 하겠다”더니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대해 “정부의 태도에 동의하기 어렵다”면서 “우리 내부에서 소통이 전혀 없었고, 그 결과로 국론은 분열되고 국민은 혼란스러워한다”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했다.
 정 의장이 ‘사드’를 비난한 다음날 박 대통령은 중국·러시아 정상과 회담을 갖기 위해 출국했다. 박 대통령은 ‘사드’를 반대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을 설득해야 할 과제를 안고 비행기를 탔다. 그런데도 국회를 대표한다는 정 의장이 정기국회 개회사를 통해 “사드 반대”를 외쳤다.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정  의장은 ‘사드’ 뿐만 아니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참으로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은 검찰에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는 자리인데 고위공직자가 특권으로 법의 단죄를 회피하려는 시도는 용인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고위공직자 비리 전담 특별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법에 ‘정치중립’이 명시된 국회의장의 명백한 정치발언이다.
 정 의장 발언으로 사단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아우성쳤다. 집단 퇴장· 농성· 국회 의사일정 전면 거부가 이어졌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다수’를 앞세워 추경을 밀어붙인 데 자극받은 여당을 정 의장이 부아를 돋운 것이다. 여당 의원들은 “‘악성균’ ‘테러균’ 같은 의장에게 국회를 맡길 수 없다”며 농성을 이어갔다.  2시간 넘게 국회의장실을 점거하기도 했다. 과거 야당이 하던 모습을 빼닮았다.

 이에 앞서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에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부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전날까지도 ‘적격’이었던 보고서를 ‘부적격’으로 바꿔친 것이다. 그에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추경안을 단독 표결처리했다. 새누리당이 이에 청문회를 보이콧하자 야당끼리 청문회를 진행해 ‘적격’을 ‘부적격’으로 갈아치운 것이다. ‘엿장수’ 마음대로다.
 새누리당이 정세균 국회의장을 비난하며 농성을 계속하자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우리가 강성 야당일 때도 (저렇게는)안 했다”고 했고,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의원들 의장실 난동. 야당 되는 연습 잘 하네요. 우리가 그 짓 하다 야당 되었답니다”라고 여당을 자극했다. 결국 여당은 국회 보이콧·농성이라는 과거 야당이 단골로 동원하던 수법을, 야당은 여당의 버릇인 안건 단독처리라는 ‘못된 짓’을 배워 복습한 꼴이다.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했다. 막장 공천 등 국민의 눈을 우습게 여긴 막가파식 독선 때문이다. 그 결과가 ‘여소야대’다. ‘여소야대’라는 국민의 선택은 국회운영을 ‘다수 야당’에 맡기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여소야대’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새누리당이 국회본회의를 거부하고 농성에 들어가자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새누리당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세비를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대 국회 때 국회 일정은 물론 안건 처리를 거부했던 야당을 향해 여당이 비판했던 말이다. ‘개구리가 올챙이 적 기억못한다’는 꼴이다.
 정 의장은 8년 전 민주당 대표였다. 그는 당시 국회의장이던 박관용 의장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서 새누리당 입장을 옹호하자 “국회의장은 당적이 없다. 국회법에 따라 중립적 위치에서 국회를 운영해야 하는데, 지금 국회의장이 하는 것을 보면 한나라당 국회의장처럼 처신한다. 제발 체통을 지켜 달라”고 비난했다. 동아일보는 정 의장의 ‘사드’ 반대 등의 발언에 대해 “숭어가 솟는 걸 보고 망둥이들도 튄다”며 “대권욕에 눈먼  도토리들이 출마 선언하는 데 자극받은 것인가. 중립을 지키려고 당적을 버린 국회의장까지 체통 없이 튄다”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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