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금빛으로 물든 들녘에
코스모스의 살랑대는
몸짓이 있어야만
허수아비들이 일어선다.
할 일이야 두 팔 한껏 벌리고
너털웃음 흩날리며 지그시
먼 곳을 바라보는 것
참새들이 무시로 날아들고
겁 없는 몇 녀석이 머리에 앉아
재잘거려도 외로운 까닭에
제 소임도 잊고 모른 척한다
지평선 사이로 해가 뜨고 지는 것을
처연히 바라보다
남루한 옷가지 사이로 찬바람 스미면
잘려나간 그루터기들의 눈물을 안고
짧은 생을 훌훌 털어낸다
단출한 주검 풀어헤치면
엮은 십자 막대에 헤진 지푸라기뿐
숙명을 받들었기에 가진 것 없이
세상 한 아름 품고
성자처럼 살다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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