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 잡아먹는 베네수엘라
  • 한동윤
길고양이 잡아먹는 베네수엘라
  • 한동윤
  • 승인 2016.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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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지난 8월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서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카라카스 카리쿠아오 동물원에서 이 동물원에 단 하나뿐인 종(種)의 말이 도륙된 채 발견된 것이다. 사육사는 우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머리와 갈비뼈만 남은 말의 사체를 발견했다. 경찰은 여러 명이 이 말을 죽여 살을 떼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며칠 전 이 동물원에선 베트남 돼지와 양도 도난당했다. 또 식량난으로 동물들 역시 사료가 없어 50여마리가 굶어 죽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는 영국 석유사 ‘BP’가 발행하는‘세계 에너지 통계 리뷰’ 기준, 석유 매장량만 2965억 배럴로 사우디 아라비아(2654억 배럴)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석유자원 부국이다. 남미 대륙의 반미(反美) 벨트 선봉이던 차베스 대통령 시절 원유 수출로 연간 850억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베네수엘라 경제의 석유수출 의존도는 90%를 넘었다.
차베스는 집권 기간 석유개발, 광산, 전력, 통신, 은행 등 주요 산업을 국유화했다. 빈민층에 무상 교육과 무상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휘발유와 생활필수품을 무료로 보급하는 등 강력한 사회복지정책을 펴 국민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필요한 자금은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공사(PDVSA)를 통해 조달했다. 그러나 유가가 폭락하면서 사정이 급변했다. 외화 보유고가 거덜나자 생필품 공급이 끊겼고, 먹을 게 떨어진 주민들은 길거리 고양이 사냥에 나섰다. 코카콜라 공장은 설탕이 없어 생산을 중단했고, 독일 루프트한자 항공사는 항공료를 받지 못하자 운행을 중단했다. 동물원 말이 도륙당하고 돼지와 양이 도난당한 것은 입에 풀칠이라고 하겠다는 국민의 생존투쟁이다.
차베스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가 남긴 ‘석유의 저주’를 더 악화시켰다. 차베스 때는 동물원 약탈은 없었다. 마두로는 지금 ‘국민소환’에 직면했다. 카라카스에는 연일 마두로 사퇴를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석유’만 믿고 포풀리즘으로 내달리다 나라도 거덜나고 국민은 도탄(塗炭))에 빠졌다.

브라질 하원은 지난달 17일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표결과 연방대법원의 심판이 남아 있지만 회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호세프 대통령 역시 광범위한 정관계 비리와 경제 위기를 초래한 무능이 민심의 분노를 불러왔고, 급기야 불명예 퇴진 위기에 직면하고 말았다. 호세프는 중남미 좌파블록 대부인 룰라 전 대통령의 몰락으로도 연결된다.
지난해 초까지 콜롬비아와 파라과이를 제외한 남미 10개국이 모두 좌파 정권이었다. 그러나 좌파정권이 무능한 것도 모자라 부패 할대로 부패함으로써 좌파블록은 깨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과테말라를 시작으로 11월에는 남미 2위의 경제 대국 아르헨티나, 올 6월 페루 대선에서 중도 우파 후보의  승리로  좌파가 축출되면서 남미의 지형이 바뀐 것이다. 베네수엘라도 차베스 후계자 마두로가 지배하지만 총선에서 이미 중도 우파 야권이 의회의 3분의 2를 장악했다.
남미는 아르헨티나 출신 혁명가 체 게바라를 추종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자본주의를 부정하는 ‘해방신학’의 태생지도 남미다. 20여개 남미 국가 가운데 우파 정권은 한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로 좌파가 지배해왔다. 그러나 그 사정이 180도 바뀌고 있다.
남미 좌파의 몰락은 공통점이 있다. 체 게바라 정서를 이용해 집권했다가 하나같이 경제실패와 부정 부패로 타락했다는 점이다. 그 근저에는 퍼주기 포퓰리즘이 자리하고 있다. 세계 제1의 자원부국인 남미 국가에서 ‘국가부도’ 소식이 가장 많이 들려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나라 여야 정치인들은 남미의 포퓰리즘 실패를 교훈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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