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 한동윤
삼성전자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
  • 한동윤
  • 승인 2016.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삼성전자가 위기다. ‘홍채’(紅彩) 인식 프로그램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기 시작한 갤럭시노트7에 결정적인 결함이 발생하면서 ‘전량 리콜’이라는 끔찍한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국민도 한국 경제를 견인해온 삼성전자의 위기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지난달 24일 불에 탄 갤럭시노트7 사진이 처음 인터넷에 올라왔을 때만 해도 삼성전자 측은 “별일 아닌 듯 싶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 전에도 여러 차례 애니콜 휴대폰을 고의로 가열해 폭발시킨 뒤 합의금을 뜯어내려던 블랙컨슈머가 있었기 때문이었던 듯하다.
그러나 그 다음날부터 뽐뿌, 클리앙, 페이스북, 유튜브에 갤럭시노트7이 불에 탄 영상, 연기가 피어나는 사진들이 꼬리를 물고 올라왔다. 삼성은 모든 기술진을 투입해 원인 분석에 나서 배터리 불량을 확인했다. 삼성은 갤럭시노트7이 불탄 첫 사진이 등장한지 9일 만에 판매한 갤럭시노트7 250만대 전량을 교환해주기로 결정했다. 불량으로 드러난 제품은 35대, 불량률이 0.0024%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이때문에 입는 피해액은 2조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애플은 갤럭시7에 대응할 ‘아이폰7’을 곧 공개할 계획이다. 갤럭시7의 불행은 아이폰7에게 행운이 되는 사태까지 예상된다. 미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삼성전자가 배터리 문제를 해결한 뒤에도 ‘폭발할 수 있는 기기’라는 인식을 쉽게 지우기 어려울 것”이라며 “7일 아이폰7 공개를 앞둔 애플에게는 선물과 다름없다”고 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애플이 차기 아이폰 시리즈를 내놓기 바로 직전에 삼성의 리콜이 발표됐다”며 “삼성전자는 고가폰 시장에서 위세를 떨치다가 애플에 다시 유리한 고지를 내줄 위험에 맞닥뜨리게 됐다”고 했다.

2000년 미국 타이어 회사 파이어스톤은 타이어 결함을 몰래 숨겨 오다 미국에서만 46명의 사망자를 냈다. 타이어 결함으로 사람이 죽어나가자 뒤늦게 650만개의 타이어를 리콜했다. 파이어스톤은 파산에 몰렸다. 결국 일본 브리지스톤에 매각되고 말았다. 토요타와 폴크스바겐, 옥시 역시 마찬가지다. 토요타는 1조원이 넘는 리콜 비용을 물었고 폴크스바겐은 디젤 게이트로 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옥시는 ‘사람 잡는 기업’으로 낙인찍혔다.
그런 점에서 삼성전자의 ‘제품 전량 교환’은 과감하고도 신속한 결단이다. 그리고 올바른 결정이다. 미국의 존슨앤존슨은 1982년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투입한 범죄로 8명이 숨지자 시중의 모든 타이레놀을 회수했다. 2억4000만달러의 손해가 났지만 타이레놀의 신뢰를 지켜냈다. 삼성전자의 결정이 타이레놀 효과를 낼지 두고 볼 일이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삼성전자가 단기적으로는 성장 추진력을 잃겠지만, 제조업 분야와 공급망의 강점 때문에 이 상황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그동안 스마트폰 업체들 중에서 배터리 안전 문제가 발생했던 것은 삼성전자가 처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1995년 ‘애니콜 화형식’을 가졌다. 일부 제품에서 불량이 발견되자 15만대의 불량 휴대전화 전량을 불태우면서 ‘품질 경영’의 각오를 다졌다. 그로부터 삼성은 품질만이 아니라 ‘AS는 역시 삼성’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그 신뢰가 이번 갤럭시7 사태로 깨지고 말았다.
삼성의 이번 ‘전량 교환’이라는 과감한 결정은 소비자와 세계시장으로부터 호평을 듣고 있다. 제품 불량을 인정하지 않고, AS에 까다로운 애플과는 다른 이미지를 구축했다. 그러나 휴대전화가 폭발한다면 그건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한밤에 충전 중 휴대전화에 불이나 집이 타고 생명을 앗아간다면 그 때는 제품 교환으로 막을 수 없다. 천문학적 규모의 손해배상을 물어야할지 모른다. 천하의 삼성이라 해도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더구나 문제가 된 불량 배터리가 중국 납품이 아니라 삼성 SDI에서 납품했다는 사실이 더 꺼림칙하다. 우리 경제가 삼성에 종속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그 의존도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위기는 대한민국 경제의 위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기사
  • 경북 포항시 남구 중앙로 66-1번지 경북도민일보
  • 대표전화 : 054-283-8100
  • 팩스 : 054-283-5335
  • 청소년보호책임자 : 모용복 국장
  • 법인명 : 경북도민일보(주)
  • 제호 : 경북도민일보
  • 등록번호 : 경북 가 00003
  • 인터넷 등록번호 : 경북 아 00716
  • 등록일 : 2004-03-24
  • 발행일 : 2004-03-30
  • 발행인 : 박세환
  • 대표이사 : 김찬수
  • 경북도민일보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북도민일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HiDominNews@hidomin.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