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정재모] ‘억지춘향’은 일을 순리로 풀지 않고 억지로 우겨 이루어낸 경우를 두고 비유적으로 쓰는 말이다. 이 말의 어원(語源)은 고대 소설 춘향전의 변사또가 춘향으로 하여금 억지로 수청을 들게 하려고 핍박한데서 나왔다는 설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경북 봉화군 춘양(春陽) 사람들은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억지춘향은 ‘억지춘양’에서 나온 말이라는 거다. 춘양면의 닷새장 명칭도 ‘억지춘양장’이다.
봉화군 춘양면은 그 옛날 금강소나무의 주요 산지(産地)이자 집산지(集散地)였다. 때문에 금강송은 일찍부터 춘양목(春陽木)이란 딴 이름도 얻어 지금껏 불리고 있다. 춘양목이 어떤 나무인가. 봉화군 춘양, 소천면 일대 태백산에서 자라는 우리 소나무다. 하늘 깊숙이 죽죽 뻗은 품이 나무의 귀공자로 이를만할 뿐더러 한반도 최고의 건축자재, 가구재로 쓰이던 나무다. 굽고 외틀어진 것만 보아온 사람들은 ‘저게 정말 우리나라 소나무 맞나’ 싶을 만치 전봇대처럼 곧게만 자란다.
금강송을 길러내는 기후와 토질의 춘양면에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이 조성돼 지난 2일 임시개장을 했다. 춘양면 서백리 일대 5000여ha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세계 최초 산림종자 영구 저장시설을 갖춰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또 백두산 호랑이를 방사할 호랑이숲, 기후변화지표식물원, 고산식물 연구동, 고산습원, 야생화언덕도 갖췄다. 다양한 고산식물도 관찰할 수 있다고 한다. 때문에 연구와 휴양 기능이 복합된 새로운 개념의 수목원이라 일컫는다. 추억의 5일장인 억지춘양장과 함께 외래객의 관심과 발길을 끄는 새 명물이 되어 지역 활성화에 기여하는 수목원이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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