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 김용언] ‘인보운동’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한자를 보고서야 ‘이웃돕기운동’임을 알 수 있었다. 비슷한 사례가 ‘독거노인’이다. 이 또한 ‘나홀로 노인’이라면서 앞서가던 표현법이 두루 통하게 되기까지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우리말과 글자가 버젓이 있건만 한자어에 먼저 눈을 돌리던 체질이 빚어낸 현상이다.
요즘은 ‘나홀로’라거니 ‘혼자’라거니 하는 말이 거리낌 없이 쓰이고 있다. 혼자 먹는 밥은 ‘혼밥’이고, 혼자 마시는 술은 ‘혼술’로 통한다. 그만큼 짝잃은 외기러기 같은 풍조가 일반 현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드디어 ‘나홀로 가구’가 급작스럽게 불어나는 세상이 됐다. 지난주 발표된 ‘2015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를 보면 1인가구가 520만 하고도 3000가구가 더 붙는다. 전체 가구의 27.2%라고 했다. 3대가구가 핵가족에 밀려나더니 이제는 그마저도 많다는듯 ‘나홀로’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는 당국의 의식전환이 발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혼밥’ ‘혼술’을 ‘청승’의 다른 표현으로만 보던 눈을 바꿔야 한다. 눈뿐만 아니라 머리가 달라져야 한다. 옛날 생각에만 매달려서 “말세로다. 말세”만 되뇌다가는 될 일이 아무 것도 없다. 이제는 머리에 흰 서리가 내렸어도 마이크 잡고 신나게 흔드는 세상이다. “내 나이가 어때서 / 사랑하기 딱 좋은 나인데”라며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되뇐다.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지고 젊은이는 급격하게 줄어드는 사회를 그저 한때의 풍조라고 건성 넘겨도 되는 것인지 심각히 고민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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