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민일보] 벌써 두 번째다. 20대 국회가 5월 30일 개원된 지 4개월도 안 돼 정세균 국회의장 때문에 국회가 파행으로 치닫고 여야가 정면 대치하는 사태가 또 벌어졌다. 국회법에 명시된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을 어겼기 때문이다. 정 의장이 과연 “국회의장으로서 적임자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된 책임은 전적으로 정 의장에게 있다.
정 의장은 20대 국회 개회사를 통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을 정면 비판했다. ‘정치중립’을 포기한 처사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을 ‘악성균’ ‘테러균’ 같은 국회의장이라며 국회를 보이콧 했다. 그러자 정 의장은 유감을 표시했다. 국회는 가까스로 정상화됐다. 그 후 정 의장은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미국을 방문, 미 의회 지도자들과 만나 “사드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게 아니다”고 태도를 바꿨다. 사드 반대에서 선회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럴 거면 국회의장이 무엇 때문에 개회사에서 사드를 비난했는가?
이번에도 정 의장의 경솔함과 함께 가벼운 ‘입’이 문제를 일으켰다. 정 의장은 지난 24일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상정된 국회본회의가 날을 넘기자 직권으로 차수 변경을 하고 대정부 질문을 강제 종료시킨 뒤 표결을 강행했다. 그 과정에서 원내대표와 협의하도록 한 국회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을 형사고발은 물론 국회 윤리위 회부,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헌법재판소 권한쟁의심판 신청까지 검토하고 있다.
정 의장 발언은 자기가 새누리당에 세월호나 어버이연합 청문회 가운데 하나를 내놓으면 김 장관 해임안 표결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한 것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세월호 특조위 연장, 어버이연합 청문회를 해임안과 맞바꾸려는 정치 흥정이 이뤄지지 않으니 해임건의안을 날치기했다고 자기 입으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 의장은 이런 비난을 들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국회의장이 “맨입으로 안 되는 거지”라는 시장 뒷골목에서나 통용되는 막말을 썼다는 점이다. 국회의장의 ‘입’이 얼마나 고급이고 비싸기에 “맨입으로 안된다”는 저질스러운 말이 나왔을까? 국회의장의 수준은 바로 그가 이끄는 국회의 수준을 말한다. 그런데 정 의장은 20대 국회 개원 이래 국회 파행의 진원지가 됐고, 상스러운 어휘 구사로 국회 품위에 손상을 입혔다. 그 책임은 그를 국회의장으로 추천한 두 야당에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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