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 은 국회의원의 부정청탁
  • 한동윤
‘쪽지예산’ 은 국회의원의 부정청탁
  • 한동윤
  • 승인 2016.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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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오늘 새벽부터 공식 시행됐다. 부정과 비리로 찌든 우리나라 공공 부문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극약’(劇藥)이 동원된 것이다. 농어민과 축산, 수산 종사자들의 비명은 여전하지만 김영란법이 시행되자마자 공직사회가 비상 상황에 빠졌다. 김영란법의 ‘법외지대’로 안전할 것 같던 국회도 마찬가지다. 국회는 당초 의원들이 김영란법 5조 2항 3호에 “선출직 공직자에 대한 공익적 민원은 ‘부정청탁’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의원들이 스스로를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키며 특권을 누리려 한다”는 비난이 쏟아진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김영란법이 실제 적용됨으로써 무엇보다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예산 끼워 넣기, 이른바 ‘쪽지 예산’이 김영란법에 저촉된다는 해석이 유력해지면서 국회 전체가 고민에 빠졌다. 국회가 “김영란법에서 빠졌다”는 비난이 일자 “공익적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만 허용하는 것”이라고 해명자료를 냈는데 바로 이 ‘공익적 목적’의 한계가 애매하기 때문이다. 과연 국회의원 개개인이 자기 지역구를 위해 끼워넣는 ‘쪽지 예산’이 ‘공익성’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김영란법 5조(부정청탁의 금지)의 1항 8호는 “보조금·교부금·기금 등을 특정 개인·단체·법인에 배정·지원하거나, 투자·예치·대여·출연·출자하도록 개입하거나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부정청탁’으로 규정했다. 넓게 해석하면 자기 지역구를 위한 예산 민원이 부정청탁에 해당할 수 있다. ‘쪽지예산은 타 지역에 배정될 예산을 빼돌리는 것이기 때문에 ‘공익’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쪽지 예산은 지역구 표심을 얻기 위한 ‘사익’(私益)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기재부도 국회의원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을 심의할 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100% 동의하고 있다. 국회 상임위와 예결위 등을 통한 국회의원의 예산에 대한 증액 또는 감액 의견은 철저히 보장된다. 그러나 예산 심의 과정 막바지 국회의원들이 슬그머니 끼워 넣는 ‘쪽지예산’의 경우 개인의 ‘특혜성 요구’의 성격이 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부터 ‘쪽지예산’을 거부하겠다는 의미다.

국회의원들은 그러나 “쪽지예산을 금지하려는 시도는 입법부의 예산 심의권을 행정부가 제한하려는 시도”라며 “쪽지예산을 김영란법에 규정된 부정청탁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반발하고 있다.‘쪽지예산’으로 지역구에 내려가 생색을 내왔고, 그 걸 무기로 선거를 치러왔는데 쪽지예산이 없어지면 선거를 몸으로 때워야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전문가들은 “국회의원 지역구 챙기기용 쪽지예산이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국민이 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원식 건대 경영경제학부 교수는 “쪽지예산은  사실상 밀실 예산”이라며 “국회의원들이 김영란법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쪽지예산 관행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들의 ‘쪽지예산’이 김영란법이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국회 외통위가 김영란법이 시행된 오늘 재외공관 감사를 위해 15일간 미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럽, 중동·아프리카 국가 33개 공관을 상대로 출장국감에 나섰다. 국회 외통위원들은 그러나 해외 현지에서 과거와 같은 식사· 차량· 숙소 편의 등의 의전을 기대해선 안된다. 외교 당국자는 국감대상인 33개 재외공관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부 식당에서 식사할 경우 비용은 각자 부담이다. 재외공관의 관용차를 개인용도로 쓸 수도 없다. 차가 필요하면 렌트해서 써야 한다.
김영란법이 무서운 것은 국민이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기 때문이다. 김영란법 위반 신고 포상금은 2억원까지, 보상금은 30억원 까지 지급된다. 제대로 신고 한 건하면 아파트 하나 떨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김영란법 때문에 경제가 타격을 받는 것은 걱정이다. JP모건은 보고서에서 김영란법 영향 등으로 올해 4분기와 내년 1분기 한국의 성장률이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나라가 깨끗해지면 경제에 낀 거품이 사라지고 고도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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