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스로 회복세를 보이던 우리나라 수출이 자동차 파업의 영향으로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수출액은 409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5.9% 줄어든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오랫동안 감소세를 지속한 한국 수출이 지난 8월 20개월 만에 반등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뒷걸음질 한 것이다.
정부는 자동차 업계의 파업이 수출 감소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파업으로 수출액 11억4000만 달러가 감소했고, 이로 인한 수출 감소 폭이 2.6%포인트에 이른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가 파업을 벌인 자동차 산업은 8월에 수출이 24% 줄어, 2009년 8월 이후 최대 수출 감소율을 기록했다. 수출 차질 대수는 7만9천 대에 이르렀다.
한국 경제의 주력인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생산의 측면에서 글로벌 위상 하락 조짐을 보인다. 한국은 독일과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자동차 수출국이었지만, 올해에는 신흥국 경기침체와 파업 등의 영향으로 멕시코에 따라잡혔다. 12년 만에 수출 ‘빅3’에서 탈락한 것이다. 올해 1~8월 한국의 누적 자동차 수출은 169만2906대로 작년 동기 197만8551대보다 14.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멕시코의 자동차 수출은 한국보다 12만2660대 많았다.
한국의 자동차 수출이 멕시코보다 적은 것은 처음이다. 한국의 연간 자동차 수출은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5위권 안팎에 머물다 2005년 스페인과 미국을 따돌리고 사상 처음 3위에 올랐다. 한국은 작년에도 3위를 유지했지만 2012년 사상 최대인 317만634대 수출을 기록한 이후 수출량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자동차는 전자와 함께 우리 산업의 핵심이다. 고용, 수출, 부가가치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전방 소재 산업과 후방 서비스 산업 규모가 막대해 경제 파급력이 강하다. 물론 자동차 생산과 수출의 감소가 바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 하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도요타, 폴크스바겐, GM, 르노·닛산에 이어 세계 ‘빅5’ 자동차 제조업체다. 국내 자동차 생산과 수출의 글로벌 위상이 떨어지는 주요인은 자동차 업계의 해외생산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자동차를 생산한다. 해외생산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것은 고임금, 파업 등으로 국내에서 생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12년 만의 전면 파업을 벌였다. 회사는 올해 노조의 24차례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이 13만1000여대, 2조9000여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노조는 이달에도 부분파업을 지속할 전망이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이라는 초강수를 검토 중이어서 파업사태가 악화할 우려가 없지 않다. 자동차 산업은 친환경,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 등 치열한 혁신 경쟁에 직면해 있다. 세계적인 공급 과잉, 신흥시장 경기침체의 역풍이 언제 끝날지도 미지수다. 성숙한 노사 관계없이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도약이 어려운 시점에 와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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