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끓는 주전자 속의 개구리’
  • 한동윤
한국은 ‘끓는 주전자 속의 개구리’
  • 한동윤
  • 승인 20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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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민일보 = 한동윤] 인터넷신문 데일리안에 ‘북핵 무관심… 우린 주전자 속 개구리처럼 죽어간다’는 글이 실렸다. 국민대 박휘락 정치대학원장의 글이다. 북한이 5차 핵실험을 강행하고 “핵 개발 완료”를 선언해도 무덤덤한 우리 사회를 비판한 글이다. 박 교수는 “사드반대자에 묻는다 자손들을 지켜낼 다른 방도를…” 이라는 말로 사드 반대파들을 질책했다.
박 교수의 ‘우린 주전자 속 개구리처럼 죽어간다’는 개탄은 북한 핵에만 해당되는 경고가 아니다. 지난해 11월 시위 도중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25일 끝내 숨진 백남기 씨(69)의 사인(死因)을 둘러싼 논란도 거기에 해당된다. 경찰은 백 씨의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해야겠다지만 유족과 그 주변 세력은 결사반대다. 백씨 죽음을 둘러싸고 지난 주말에는 자칭 진보세력들이 가세한 가두 시위까지 벌어졌다. ‘우린 주전자 속 개구리처럼 죽어간다’는 지적이 100% 옳다.
백 씨 사인이 무엇인지에 대해 비전문가가 나설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내 법의학 최고 권위자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을 지낸 서중석 대전보건대 총장이 백 씨 부검과 관련해 동아일보와 인터뷰한 내용은 중요한 시사(示唆)를 던진다. 그는 “고 백남기씨의 부검을 하지 않으면 갈등을 영원히 종식시킬 수 없다”고 했다. 법의학자의 냉정한 판단으로 믿고 싶다.
백 씨 가족과 주변은 경찰과 검찰의 부검 요구에 대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때처럼 사인을 은폐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서 총장은 “당시 경찰의 은폐 시도를 결국 부검의가 밝혀 내지 않았느냐”며 “국과수의 부검이 없었다면 박종철 열사가 물고문으로 사망한 사실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백 씨 가족들이 거꾸로 된 주장을 펴고 있는 셈이다. “부검의 전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부검대 위에서 (유족들이 의심하는) 조작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서 총장의 결론이다. 그는 “당초 백 씨 유족이 부검을 요구하고, 경찰이 막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정반대가 됐다”고 말했다.

백 씨가 사망한 서울대병원의 사망진단서에는 사인을 ‘병사’(病死)라고 했다. 반면 유족 등은 ‘외인사’(外因死)라고 반발하고 있다.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쓰러져 의식을 잃고 생사를 헤매다 사망했기 때문에 직접 원인이 ‘물대포’로 경찰의 책임이라는 주장이다. 가족들이 들고 일어나자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가 만들어졌다. 투쟁본부에는 위헌정당 해산 결정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간부, 반정부 시위 전문가까지 가담해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투쟁본부 공동대표인 김영호 전국농민총연맹 의장, 조직팀장 이종문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은 통진당 간부 출신이다. ‘제2의 통진당’이라는 평가를 받는 민중연합당 지도부도 투쟁본부에 참여하고 있다. 또 투쟁본부 공동대표인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대표는 세월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등 반정부 집회 때마다 시위를 주도해왔다.
1일 오후 서울 혜화동 대학로에서 열린 ‘노동개악·성과퇴출제 폐기 범국민대회’와 ‘백남기 추모대회’는 민노총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의 합작품이다. 이 대회에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 등 일부 의원이 참석했다. 집회는 가두시위로 이어져 종로통이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더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지난달 29일 국회 안전행정위 자유발언을 통해 “경찰이 경고살수(撒水)도 없이 처음부터 직사살수만 7차례 했다”며 당시의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박 의원 주장과 달리 CCTV를 보면 4초간 경고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해명했다.
백 씨 사인이 경찰의 물대포 탓이라고 생각한다면 유족이 먼저 부검을 요구하는 것이 정상이다. 더구나 백 씨 유가족들은 백 씨 사망과 관련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보상’을 요구한 것이다. 피해보상은 피해의 원인 규명이 먼저다. ‘부검’이 전제되어야 한다. 우리는, 아니 대한민국은 지금 ‘끓는 주전자 속의 개구리’처럼 죽는 줄도 모른 채 죽어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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